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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소음 측정값, 어떤 기관이 맞나?

국토부-환경부, 자동측정망 각각 운영

850m 떨어진 불암동·초선대 측정소

기사입력 : 2018-03-18 22:00:00

김해공항 주변의 항공기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소음 자동측정망을 각각 운용하고 있지만, 근거리임에 불구하고 두 기관의 측정값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측정값은 소음영향도평가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두 기관은 서로 자신들의 측정값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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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께 김해시 어방동에 설치된 초선대 측정소 앞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현황= 김해공항 인근에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공항공사가 운용하는 소음 자동측정망 9개가 있고, 이 중 3개가 김해시 불암동(불암동, 유도등, 불암동주민센터)에 설치돼 있다. 이와 별도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소음 자동측정망 7개를 운용하고 있고, 김해에는 어방동 초선대에 측정소를 설치해 놓았다. 이들 측정소 가운데 불암동(분도마을회관) 측정소와 초선대 측정소는 직선거리로 85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월 평균 소음도가 3웨클 이상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3웨클의 차이는 이론상 항공기 운항 횟수가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값이다.

공항소음정보시스템과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기록된 두 측정소의 월평균 소음 측정값을 보면 불암동 측정소에서는 지난 2017년 5월 73웨클, 6월 73.8웨클, 7월 73.2웨클, 8월 73.2웨클이 기록됐다. 같은 기간 초선대 측정소는 5월 78웨클, 6월 76웨클, 7월 76웨클, 8월 79웨클을 기록했다. 5월과 8월 두 측정소를 비교했을 때 5웨클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항공기 이륙 경로로 본다면 불암동 측정소가 항공기 이륙 장소·경로와 더 가까이 있지만, 항공기 소음도는 오히려 초선대 쪽이 높게 측정됐다.

◆소음 측정하니= 웨클(WECPNL)은 항공기마다 측정된 최고 소음도 (㏈)를 평균한 값에 일일 평균 운항횟수를 주간, 야간, 심야 시간대별로 가중해 산출한 소음도를 말한다.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지만 배경 소음과 순간 항공기 소음 등의 비교를 위해 기자는 16일 정밀 소음 측정기로 불암동과 초선대 측정소 주변 소음을 데시벨(㏈) 단위로 측정해봤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측정했고 항공기가 날아가는 시간에 맞춰 5분 평균 측정값을 이용해 각각 3회씩 측정했다.

불암동 측정소는 분도마을회관 앞 주택 옥상에 설치돼 있다. 오후 2시께 측정소와 약 3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평균값은 57.4㏈, 최소값 51㏈, 최고값은 72.4㏈이었다. 차량 경적소음 등이 들렸지만 항공기(A319 기종)가 상공으로 날아갈 때 가장 높은 값이 나왔다.

불암동 측정소와 850여m 떨어진 초선대 측정소는 주택가에 있고, 이날 측정은 측정망과 약 2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다. 오후 1시 30분께 측정값 평균은 67.4㏈, 최소 53.7㏈, 최고 86.7㏈이 나왔다. 항공기(A321 기종)가 날아갈 당시 소음은 71.5㏈이었지만 약 1m 떨어진 주택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면서 최고값은 86.7㏈까지 치솟았다. 불암동 측정소보다 14.3㏈ 높은 수치였다. 항공기가 날아갈 때 2회 더 측정했지만 개 짖는 소리 탓에 최고 소음은 82~87㏈ 사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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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환경부 어떤 값이 맞나?= 한국공항공사와 한국환경공단에 측정값을 문의한 결과 두 기관 모두 자신들의 측정값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선대 측정소를 운용하는 한국환경공단 본사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장비를 교체해 측정하고 있고, (측정)값을 국립환경과학원에 보내 2차 검증을 받는다”며 “김해는 군용기를 운용하고 있어 웨클 값이 높게 나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측정망을 유지·관리하는 한국환경공단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측정기 자체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측정기 옆에 개집이 있어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소음이 많이 올라간다. 그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암동 측정소를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김해공항에서 이·착륙하는 군용 수송기와 민간 항공기 주력기인 A737 기종과 소음을 비교해 볼 때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며 “환경부 측정망과 측정 방법은 유사하지만 공항공사는 항공기 레이더 정보(GPS)를 이용해 정확한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음도를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김해공항은 국토부 주관으로 5년에 한 번 시행되는 소음영향도평가를 할 예정이다. 평가에는 주민들의 측정 요구도 반영되지만 수년간 축적된 자동 측정망의 소음 데이터가 소음피해 지역을 구분하는 데 있어 주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김해시는 두 기관의 소음 측정값이 크게 차이 나는 만큼 기관 입회 하에 신뢰도 점검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사진=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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