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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기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 허진수 씨

“고 유치준씨 사건 진실 반드시 밝히겠다”

활동연장 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

기사입력 : 2018-03-18 22:00:00

지난 15일은 허진수(63)씨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의 2기 위원으로 위촉된 날이자,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9대 회장직에서 물러난 날이었다. 부마민주항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 셈이다.

1957년 거제에서 태어난 허 위원은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기독청년활동가로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가했으며, 부림사건·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당초 4월로 예정된 진상규명 보고서 채택의 연기를 위해 동료 위원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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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허진수 진상규명위원이 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소감은?= 위촉장을 받기 일주일 전 ‘위촉에 동의하느냐’는 전화를 받고 동의할지 말지 많이 망설였다. 부마항쟁 관련 단체에서 나를 추천한 것도 아닌데 덜컥 되고 나니 고민도 많이 됐지만, 진상규명위원회에 들어가야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수락했다.

◆제일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항쟁 당시 사망한 고 유치준씨에 대한 재조사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8년 넘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던 일이기도 하다. 공권력의 폭력에 억울하게 죽은 항쟁의 유일한 사망자를 진상규명위원회가 그동안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희생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보고서 초안을 냈다. 이 문제가 진상규명의 핵심이다. 희생자로 공식 인정될 경우 파장도 커지고, 마산의 위상도 달라진다. 여러 방면으로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보고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상규명위원들이 채택을 결정하게 되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 시한이 다음 달 12일까지인데, 4월까지 채택하는 것을 두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해석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해석이 상존한다.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새로 위촉된 위원들과 함께 피력할 것이다. 위촉직 민간위원 11명 중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존 위원 6명 중에서도 우리와 궤를 같이하는 분들이 있다.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의결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우선 채택을 저지한 뒤 조사를 더 하기 위해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을 연장하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다.

◆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항쟁 10주년, 30주년에 이어 세 번째 증언록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례가 많이 나왔다. 법에서 부마항쟁의 기간을 10월 16일~20일까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증언을 모으는 과정에서 10월 26일까지도 군인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 피해자와 당시 교직원, 군인에 의해 마산상고와 창신고에 군인들이 숙영지를 편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0월 26일 경남은행 영업부 직원 13명이 마산상고로 붙들려가 다음 날 풀려났으며, 그곳에 이미 100여명이 먼저 끌려가 있었다는 진술, 숙영지 장소 선정에 도움을 준 군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볼 때 항쟁의 조사 기간을 최소 10월 26일까지로 늘릴 필요성이 있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것이 부마항쟁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규명할 관련 진술이 있는지 그 부분까지 확대해 조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검찰, 국방부, 국정원의 자료도 더 살펴봐야 한다.

허 위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부마민주항쟁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민주화운동 역사 중 하나인 만큼 항쟁의 진상을 밝혀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거듭 말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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