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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마산정신- 서영훈(부국장대우·사회부장)

기사입력 : 2018-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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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가 옛 창원시·진해시와 통합하며 지금의 창원시가 된 지 8년이 다 돼 가지만, 마산 토박이들에게는 지역적인 자부심이 다른 두 지역 사람들에 비해 아주 강하다.

한때 7대 도시로 불릴 만큼 많은 인구에 경제규모도 컸던 곳이 마산시였다. 마산이 내로라하는 도시가 된 배경에는 두말할 것 없이 마산수출자유지역 즉 지금의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있었다. 이곳에서 일했던 2만여명의 노동자들이 마산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수출자유지역 주변은 출퇴근하는 노동자들로 거대한 물결을 이뤘고, 마산의 번화가인 창동과 오동동 일대는 밤이면 수많은 인파로 넘쳐났다. 사람이 몰리니 창동 어느 상가가 서 있는 땅의 공시지가는 1980년 4월 창원시가 창원지구출장소에서 시로 승격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경남 최고가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마산은 경남의 대표도시가 되고도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마산사람들의 자긍심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도시의 규모나 역사 못지않게 마산사람들이 가슴 뿌듯하게 느끼는 것이 또 있다. 저항의 정신이다. 마산의 저항정신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궤를 같이한다. 마산사람이라면 3·15의거를 모르는 이가 없을 테고, 3·15의거의 그 정신을 가슴 한 곳에 간직하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다. 마산사람들은 4·19혁명의 불씨가 되어 한국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닦은 역사적인 의거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뿐인가. 3·15의거를 한 지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부마민주항쟁을 통해 유신정권을 쓰러뜨리는 단초를 제공했고, 또 다시 몇 년이 흐른 뒤에는 6·10민주항쟁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의 장을 열어젖히는 데 힘을 보탰던 이들이 바로 마산사람이다. 한국 민주주의에 관한 한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에서, 파란 물 넘실거리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자랐고, 부정과 불의에는 당당히 맞서 싸운 그들이기에 어느 지역에 비해 높은 긍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부마민주항쟁과 6·10민주항쟁의 경험은 지금도 오동동이나 문화동 어느 통술집 테이블을 차지한 채 술잔을 기울이는 중·장년층의 단골 이야깃거리가 된다.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3일 진상조사 결과 보고회를 가졌다가 관련단체 등으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유신정권이 시민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데 대한 불법성을 밝혀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수년 동안 실시했다는 진상조사 치고는 그 결과가 너무나 부실했기 때문이다. 부실한 진상조사는 결국 항쟁의 의미마저 퇴색시키고, 항쟁에 참여한 마산시민들의 자긍심에 생채기를 남겼다.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위원회가 내달로 예정됐던 보고서 채택을 연기하고 진상조사 활동을 6개월 연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민주항쟁이나 6·10항쟁과 더불어 부마민주항쟁을 넣은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는 청와대 발표도 나온다.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져 그 역사적 의의가 명명백백히 세워지고, 또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이 헌법 전문에 실려 마산시민의 저항정신 즉 마산정신이 제대로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서영훈(부국장대우·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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