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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도덕성이 곧 경쟁력이다- 황미영(한국학습클리닉 경남부산지부 대표)

기사입력 : 2018-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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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며칠 전 한 소년과 심리상담을 하였다. “소년원에 한 달 있다 나왔어요. 그런데 왜요? 저는 제가 한 행동이 그렇게 나쁜 줄 모르겠는데요. 저 말고도 많은 친구들이 거기에 있고 저보다 더 큰 잘 못을 한 친구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저는 제가 한 행동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친구를 폭행하고 오토바이를 훔치고 난 후 자신의 행동이 이 사회와 또래 친구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그리고 폭행당한 친구가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이 소년 앞에 놀라야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품행장애(Conduct Disorder)에서 시작된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우리는 매스컴에서도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기성세대를 자주 접하고 있다. 물질(物質)과 성(性)이라는 이름 앞에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행위를 하고도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변명이라는 거짓말로 모든 것을 덮어 버리려고 하는 행동을 보고 있으니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끄럽다.

이런 행동양상은 지금 당장 생겨난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감정이 부족하며 거짓말을 자주 반복하는 아동청소년이 늘어나는 것일까? 생물학적 요인도 있겠지만 5~6세 때에 형성되는 도덕성의 덕목 중 공감과 배려를 키워주기 위한 올바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유아기 시절 심한 박탈감을 경험한 경우 특히 양육자와 일관성 있는 감정적 유대관계의 결핍은 이런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 부모는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공감적인 감성지능을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도덕성은 인간이 출생하면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2세부터 신체성장의 발달에 따라 사회와 문화를 배경으로 기본적인 규칙과 바람직한 행동규범을 내면화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도덕성 발달은 행동주의 사회학습, 정신분석학, 인지발달 이론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될 수 있다. 행동주의 사회학습 입장에서는 도덕성을 성인의 강화와 모델링에 의해 학습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도덕성이 훈련, 시범, 상벌 등에 의해 학습이 되어 형성된다고 본다. 정신분석에서는 어린 시절 내면의 초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죄책감의 회피 과정에서 부모와의 무의식적인 동일시를 통하여 형성된다고 본다. 인지 발달적 접근은 인지구조의 변화가 자연적으로 도덕적 판단에도 변화를 일으켜 연령의 증가와 함께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달된다고 한다. 즉 도덕성은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인 도덕적 판단, 사고나 행동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도덕적 감정 그리고 어떤 행동이 옳은지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도덕적 행동이 그것이다. 자기이해와 긍정적 자아상에 도움을 주는 도덕교육의 이론적 기초는 도덕적 판단을 하는 인지 정서 행동의 세 박자가 함께 이루어질 때 도덕적으로 완성이 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도덕성의 발달 속도가 다르고 어떤 사람은 낮은 단계에서 멈추어 버리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리적 결핍이 된 청소년들에게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여서라도 긍정적인 자아상과 올바른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기성세대가 하는 말과 행동을 청소년들이 무의식적으로 익히고 배운다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오늘 내 도덕성의 잣대가 되는 내 말과 행동을 한번 체크해 보는 그런 날이 되길 바란다.

황미영 (한국학습클리닉 경남부산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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