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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유럽 '크루즈 여행'

바다·햇빛·하늘 ‘신이 준 선물’

기사입력 : 2018-04-04 22:00:00

불편한 여행을 하는 편이다.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이동 편의 수단을 이용하지 않느냐며 투덜거린 적이 있다.

나는 모든 거리와 거리를 밟아서 여행을 하는 편이다. 다리에, 발바닥 중앙과 끝에 물집이 잡히는 일은 익숙했다. 캐리어보다는 무거운 배낭을 등에 업고 다녔고, 값비싼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전에는 호텔에 묵어본 기억이 없이 16인실이나 8인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니며 여행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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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선상에서 바라본 이탈리아 베니스. 구름과 바다, 하늘, 햇빛, 바람으로만 이뤄진 눈앞의 장관이 아름답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인간이 혼자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혼자 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이라는 것은 여행을 좀 다녀 본 사람은 알 거라 생각한다. 여행을 하며 의견이 충돌되는 것도 싫고 그런 경우 대부분 양보를 해버리면서 주도적으로 여행을 끌어나갈 수 없는 여행은 내 여행이 아니었다. 달랐던 삶 안에서 다른 욕구를 채우며 살아왔던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여행하는 타입이 잘 맞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혼자 낯선 곳에 덩그러니 내려앉았을 때 느끼는 자유의 맛은 꿀보다도 달콤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야기는 그간에 내가 다녔던 여행과는 다른 ‘크루즈 여행’이다. 가족 모두가 큰일을 치르고 난 뒤였던 터라 가족이 모두 함께할 힐링여행이 필요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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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서 바라본 그리스 산토리니 초입의 모습.


크루즈 여행의 목적지들은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였다. 실제로 뭍에 머무는 시간보다 크루즈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배안에 마련된 아늑한 숙소 바깥 테라스를 보고 있자면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그렇게 가보고 싶던 산토리니도 갔고 당시 유행하던 여행지였던 크로아티아도 갔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면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넘어 어떤 시간들, 두려움, 공포가 느껴졌다. 수평선에 폭풍우가 치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물리적인 공포감도 느껴졌다. 표지판 없는 길을 가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서 항해 중인 커다란 배에서 거대한 외로움마저 느끼다가 건너편에서 또 움직이는 다른 크루즈 여행용 대형 선박의 등장에 안도감도 느끼고는 했다. (실제로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크루즈 여행은 2대가 지근거리에서 함께 같은 일정을 소화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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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후의 그리스 아테네.


구름과 바다와 하늘과 햇빛 그리고 바람으로만 이뤄진 눈앞의 장관이 ‘신의 선물인가’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테라스에 나갈 때마다 시시각각 얼굴을 달리하는 바다가 이번엔 어떤 얼굴로 나를 맞이할지 설레기도 했다. 선상에서 맞는 바람은 차를 타고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며 맞는 바람보다 은은하지만 거대해 콧노래를 부르며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다. 사진으로 그 바람을 담으려 했지만 사진으로 순간을 표현하려는 노력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루즈 선상에서 레저 활동은 더할 나위 없는 신선놀음이었다. 크루즈 선박 자체만 보자면 ‘이동하는 호텔’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는 여행지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려 도시를 훑어보는 시간 외에는 내내 호텔 안에 있는 것과 다를 것 없었다. 많은 공연들이 구성돼 있었고 카지노와 같은 유흥시설도 잘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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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바리의 해 지는 풍경.


물론 내가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은 아니다. 크루즈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유는 ‘크루즈’가 아니라 ‘가족 여행’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예전에 비해 무척 가깝고 쉬워진 여행 상품들은 ‘여행을 가고 싶다는 꿈’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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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크루즈 여행서 함께한 가족.


실제로 매년 명절 뉴스 메인을 장식하는 인천공항 이용객 수를 보면 그건 실로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다. 친구들과 휴양지에서 멋진 몸과 비키니를 자랑하기도 하고, 혼자 여행으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일본이나 제주 등 유행하는 여행지의 유명 랜드마크를 찾아서 인증하는 것이 목적이거나, 마음 맞는 사람과 식도락여행이 목적인 사람도 있다.

4월이 왔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또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작은 목표이기도 한 여행지로서의 진해군항제가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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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해경화역은 벚꽃지도를 출발하게 하는 출발역이기도 하다. 벚꽃은 일 년에 딱 한 번 피는 꽃이다. 내 친구들과 동료들과 혹은 연인과 벚꽃을 배경으로 수많은 사진들과 추억들을 남길 것이다. 벚꽃구경하러 왔다가 사람 구경하다 가는 것 같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이유는 일 년 중 한 번 짧고 아름답게 피는 꽃을 영접하기 위해서, 눈이 오지 않는 이곳 경남에서 봄에 내리는 눈을 맞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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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들에게도 벚꽃은 일 년에 한 번만 피고 진다. 나는 호화롭거나, 몸이 편한 여행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싫어한다, 그런 여행을. 실제로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여행은 어딘가 휴양지를 놀러 갔던 곳들이다. 헌데 가족과 함께 떠났던 크루즈 여행이 기억에 이다지도 남는 이유는 그리고 싫지 않았던 이유는 ‘가족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내 첫 여행이었던 뉴질랜드 (에세이 1편 등장), 그 십수년 전의 여행 이후로 처음 간 가족여행이었고 어머니가 더 노쇠하기 전에 다녀온 여행, 어쩌면 어머니에게는 벚꽃처럼 마지막일지 모르는 가족여행이 기억에 남아서 쓰는 글이다.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올해가 아니더라도 다음 군항제는 꼭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벚꽃을 구경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친구나 연인과의 여행도 분명 의미 있고 아름답지만 혹여 가족과의 여행에 소홀했다면, 다음 여행은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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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리버맨)

△1983년 마산 출생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창원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중

△카페 '버스텀 이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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