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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12) 람사르총회 개최 10주년

2008년 ‘습지보전축제’ 후 도내 환경정책·인식 달라졌다

기사입력 : 2018-04-05 22:00:00

올해는 제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를 개최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우포늪 따오기 복원사업 10주년, 창녕 우포늪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지 20주년이어서 환경분야에 있어 2018년은 여러모로 뜻깊다. 또한 오는 5월에는 북한이 170번째 람사르협약 가입국이 돼 문덕, 라선 철새보호구 두 곳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예정이기도 하다.

람사르총회라 줄여 부르는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는 생태계에 꼭 필요하나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습지 소실을 억제하기 위해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체결된 ‘람사르협약’에 속한 회원국들이 지구 차원의 습지보전 상황을 평가, 공동의 정책을 개발하는 국제환경회의다. 창원은 지난 2008년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총회를 열었으며, 경남의 환경정책과 인식 수준은 총회 개최 전후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위 있는 이 총회를 유치해 행사를 치르고, 행사의 유산들을 이어가면서 환경수도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갖춰갔다.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습지정책을 다지기 위해 경남도에서는 10주년 기념백서를 발간하고 학술심포지엄을 여는 동시에 지역민과 함께하는 경남 대표습지 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마련할 예정이다. 2008년 람사르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돕고, 총회 이후 지속적인 ‘환경 경남’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을 찾아 람사르총회 이후 10년의 성과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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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0회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경남신문DB/


◆환경교육의 활성화= 람사르총회 개최는 도내 환경교육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습지, 나아가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총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우포생태교육원과 봉암갯벌생태학습장 등 학생들이 직접 습지 주변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 마련됐으며 주남저수지 람사르문화관과 우포늪 생태관, 화포천습지생태공원 등이 잇달아 생기면서 습지교육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졌다. 2008년부터 개장한 우포생태교육원에서만 한 해 1만8000명이 습지교육을 받아왔으니 적어도 이 한 곳에서만 10년간 18만명이 습지교육을 받아온 셈이다. 공간은 물론 환경 교육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경남지역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선도적으로 환경교육을 잘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람사르재단에서는 청소년 초록기자단을 운영하고, 찾아가는 환경교실을 열고 있으며, 도민들을 대상으로 경상남도 대표습지 탐방프로그램, 습지문화 홍보기행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경남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환경교육한마당이 김해에서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도내 곳곳에 분포된 교육센터와 경상남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경남환경교육원 등 단체 간의 네트워크도 잘 형성돼 있으므로 앞으로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다듬고, 전국적으로 좋은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알려질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환경정책·제도의 보완= 환경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습지보전을 명문화시킨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조례에 따라 정책이 수립됐으며, 보전을 위한 장기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다. 2009년 습지보전법에 따라 도내 습지보호지역 및 주요 습지의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를 위해 ‘경상남도 습지보전 및 관리 조례’를 제정했으며, 이 조례에 의거해 2009년부터 ‘경상남도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작성했다. 구체적 습지보전실천계획이 마련됨에 따라 경남도 환경정책과는 매년 2회씩 도내 시군의 환경, 습지 사업을 점검하는 등 환경 전반에 대해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2014년부터 이어지는 2차 계획에 포함되며 또한 3차 계획(2019~2023)을 수립해 내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도 조례에 따라 습지 관련 중요 정책 심의를 위해 행정기관과 도의회, 학계와 민간단체 등 습지전문가로 구성된 습지보전위원회도 운영되고 있으며 전국 최초로 환경정책과 내에 습지 정책을 담당하는 습지팀이 신설됐다.

창녕에는 지난 2012년 8월 국립습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국립습지센터는 국립환경과학원 소속기관으로 설립 목적이 습지와 습지자원의 체계적인 발굴·보전·복원 및 이용 등에 관한 정책지원·조사·연구를 담당해 환경·습지 정책을 원활히 수립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총회 개최로 활성화된 환경 교육은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명문화되면서 더 활발해졌다. 경상남도 환경교육 진흥조례에 이어 2015년 경상남도교육청 학교생태환경교육 진흥조례까지 제정됐으며, 조례에 따라 환경교육종합계획, 학교생태환경교육종합계획도 각각 수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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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31일~8월 4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시에서 열린 ‘2017년 국제제비캠프’./람사르환경재단/


◆다양한 습지보전 사업 전개= 습지보전 사업들이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큰 성과다. 먼저 창녕 우포늪과 밀양 사자평 습지 등의 복원 작업이 이뤄졌다. 고산습지인 밀양 사자평은 등산객에 의해 무분별하게 훼손돼 추가 생태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13년 사자평 지형과 식생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을 실시해 습지 물흐름을 차단해 습지보호지역의 육지화를 만드는 배수로를 복원하고 추가 훼손을 막기 위해 탐방로 목도를 설치한 후 억새를 심었다. 2009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억새 군락지 복원도 지속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자평에만 집단 서식하는 은줄팔랑나비 증식사업 등 고산습지 생태계 보전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우포늪의 경우 올해 습지의 올바른 개발과 보호를 위해 지정하는 ‘람사르 습지 도시’ 인정을 취득하기 위해 ’습지보전과 현명한 이용이 함께하는 람사르 습지도시 창녕’을 비전으로 습지기자단 운영, 습지도시 브랜드 상품 개발, 주민 모니터링, 우포늪 환경정화, 논습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총회 이후 도내 습지보호지역도 늘어났다. 습지보전법에 따라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등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곳을 환경부나 해양수산부가 지정해 보전하는 지역이다. 생태하천복원사업으로 갯벌로 유입되는 오염이 줄고, 시민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의 바닷새와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붉은발말똥게의 서식 등이 확인됨에 따라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결과 2011년 창원 봉암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17년에는 김해 화포천 습지가 추가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또한 한반도에 흔히 서식했지만 농약 사용과 산업화에 의한 오염으로 먹이터와 번식지가 심각하게 소실돼 멸종한 따오기를 2008년부터 복원하기 시작해 올해 처음으로 야생 자연 방사를 계획하고 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이찬우 사업지원팀장은 “따오기는 습지와 논을 대표하는 지표종이어서, 따오기를 복원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따오기뿐 아니라 생산된 먹거리까지 포함해 건강한 생태계로 되돌리는 작업이다”며 “현재는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는 멸종위기종이 살아도 서식공간을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없다. 앞으로는 생물들의 서식처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환경 네트워크의 구축=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 이후 습지, 환경 관련 정보교류가 발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창원은 총회를 계기로 ‘동아시아 습지정책의 허브’로 불리며 동아시아 17개 나라의 람사르협약 이행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람사르 동아시아지역센터를 유치해 운영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순천으로 옮겨져 운영되고 있는 부분은 아쉽다.

또한 대표적인 교류 가운데 하나는 한국·일본·대만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어린이 제비캠프’다. 환경지표종이면서도 대중에 친근한 제비를 관찰·조사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보호에 동참시키고, 국제교류를 통한 정보 교환을 하며 경남의 생물 다양성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찬우 사업지원팀장은 “환경교육뿐 아니라 자료를 함께 공유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네트워크 구축에 경남도가 먼저 나서야 한다”며 “사람이 오가는 교류부터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자료를 번역해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교육 차원에서도, 연구 발전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 람사르협약= 급속한 개발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습지 소실이 진행됨에 따라 국제적 협약 필요성이 제기돼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습지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함. 공식명칭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이며 협약국은 현재 169개로, 북한이 170번째 가입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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