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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작가라는 이름- 임창연(시인)

기사입력 : 2018-04-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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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너무 흔하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대한민국은 작가공화국이라는 말도 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자신의 저서를 출간하는 것으로 작가라는 명칭을 얻는데, 우리는 등단 제도라는 형식을 거쳐야 인정을 받게 된다. 작가의 수준이 어떤 등단을 거쳤느냐에 따라 또한 등급이 매겨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등단한 작가도 재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남에게 더 수준 높게 보이는 곳으로 다시 등단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작가의 출신 등단지가 어느 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서열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 그것을 아는 사람은 신춘문예나 메이저 잡지로 등단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마침내 그 영광을 거머쥐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작가의 하향수준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등단한 후에도 스스로 노력해 공부하지 않고 마구 글을 써대기에 작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자. 모두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는 없다. 실력 있는 작가가 돋보이는 까닭은 바로 실력 없는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이 빛나는 까닭은 조연급 배우와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는 등급과 서열이 자연히 나눠질 수밖에 없다. 같은 의사라도 명의가 있고 같은 기술자에도 명장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다. 작가의 세계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좀 부족한 작가들이 있기에 일류 작가라는 그대들이 더 빛날 수가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만약 일류 작가만 존재하더라도 그 속에서도 새로운 작가의 서열이 매겨질 것이다.

세상 모든 분야에서 줄서기란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등단을 했다면 마땅히 이름에 맞게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원고를 쓰되 최소한 맞춤법은 점검을 해야 한다. 실력의 차이야 어쩔 수 없지만 기본은 유지해야 한다. 등단을 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독서와 집필을 통해 문장의 실력을 쌓아야만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쌓이다 보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 작품이 작가를 말해 줄 것이기 때문에 어디로 등단을 했든지 인정을 받을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저질 주화가 금화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경쟁사회인 세상은 그렇게 되지 않기도 한다. 오히려 소비자는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명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품의 값을 낼 수 없는 사람은 B급 상품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품과 B품이 공존하는 것이다. 히틀러에 의해 게르만 민족만 우수하니 그 외의 민족은 도태돼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됐던 전체주의는 참으로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작가가 넘쳐나는 시대라지만 책은 팔리지 않고 출판사와 서점은 어렵다고들 한다. 훌륭한 작가가 많은데도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작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정신적 빈곤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성적인 것보다는 감각적인 것이 더 관심을 받는 시대이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를 함께 만들지는 못한다. 그런 시대에 작가라는 이름을 위해 돈도 되지 못하는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무명의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임창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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