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10월 16일 vs 10월 18일’ 부마항쟁 기념일은?

대통령 개헌안에 부마항쟁 이념 포함국가기념일 지정 기대감 높아지며

창원-부산 ‘기념일 날짜’ 의견 엇갈려

기사입력 : 2018-04-24 22:00:00

10월 16일 대 10월 18일.

유신독재를 무너뜨린 부마민주항쟁의 이념이 대통령 발의 개헌안 전문에 포함되면서 국가기념일 지정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기념일을 ‘언제’로 하느냐를 놓고선 창원과 부산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마민주항쟁은 관련법에 따르면 ‘1979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부산·마산 및 창원(현 창원시) 등 경남 일원에서 유신체제에 대항하여 발생한 민주화 운동’을 말한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 학생들의 교내 시위에서 시작된 항쟁은 17일 저녁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확산되다 18일 0시를 기해 부산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메인이미지

1979년 10월 18일 계엄포고문을 읽고 있는 시민들./경남신문 DB/

이후 항쟁은 마산지역으로 확산돼 경남대학교와 마산대학교 학생들을 선두로 격렬한 시위가 전개됐다. 10월 19일에는 마산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와 고등학생들까지 합세해 더욱 격렬해졌고, 10월 20일 정부는 마산 및 창원 일원에 위수령을 발동해 505명을 연행하고 59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강경진압에 나섰다. 4·19혁명 이후 학생과 더불어 일반시민이 광범위하게 참여한 경우는 부마민주항쟁이 처음으로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희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창원),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부산) 등 관련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 2013년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이듬해부터 진상조사가 시작된 데 이어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 전문에는 항쟁의 이념도 명시되는 등 역사적 의미를 올바로 각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 전문에 항쟁의 이념이 포함되는 것 못지않게 관련단체들과 지자체는 부마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2·28대구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부마항쟁의 국가기념일 지정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념일을 항쟁의 시작일인 10월 16일로 해야 하느냐, 마산으로 대규모 시위가 확산한 10월 18일로 해야 하느냐를 놓고선 창원과 부산 관련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부산은 항쟁 시작일인 16일, 창원은 마산으로까지 확대된 18일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왔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관계자는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이지만 기념일을 16일로 하느냐, 18일로 하느냐를 놓고선 부산과 창원의 의견이 달라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며 “의견 조정이 필요한 문제다”고 말을 아꼈다.

허진수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은 “부산만의 것이 아니라 부산과 마산의 항쟁이므로 18일이 명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산 단체들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 또한 아니다”며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정부와 국회에 국가기념일 지정을 건의한 창원시도 건의문에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시 관계자는 “창원시 기념일도 18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우리로서야 18일이 가장 좋지만, 관련단체들의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언제로 기념일을 지정해달라고는 건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가기념일 지정과 관련한 논의 테이블은 정부 주도로 이번 주 부산에서 마련된다.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는 오는 27일 오후 부산시청 건설본부 회의실에서 부마항쟁 재단 설립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창원·부산지역 7개 부마항쟁 관련 단체가 모두 참석해 부마항쟁기념재단 설립과 국가 기념일 지정 논의를 한다. 재단 설립 역시 창원과 부산 단체들이 모두 동의하지만 위치를 놓고서는 이견이 있는 만큼, 국가기념일 날짜와 함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영진 기자

☞ 부마민주항쟁= 1979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부산·마산 및 창원(현 창원시) 등 경남 일원에서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 운동.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