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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26) 제22화 거상의 나라 86

‘술을 좋아하면 인맥도 많을 거야’

기사입력 : 2018-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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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려화의 옷차림에도 봄이 온 것 같았다. 연두색 원피스에 노란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가슴과 허리, 둔부로 이어지는 선이 아름답다. 김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눈으로 등려화의 몸을 더듬었다.

“그런 사람을 영입하려면 회사도 번화가로 옮겨야 돼요.”

“나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필요해.”

“일단 사람부터 찾아보는 게 어때요?”

등려화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김진호는 특파원 인맥을 활용해 인물을 찾기 시작했다.

“중국 공안부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있어요. 고위층과 관계도 좋습니다.”

특파원 중에 N신문사 노유철이 김진호에게 말했다. 노유철은 특파원 생활을 7년이나 했기 때문에 북경에 인맥이 많았다.

“누군데요?”

노유철을 만난 것은 북경에 있는 외교부 프레스센터 안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장웨이.”

장웨이는 장위를 일컫는 것이다. 중국에는 웨이(偉)라는 이름이 많은데 장웨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자그마치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장위는 왜 공안을 그만뒀어요?”

“밑에 있는 사람들이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었어요.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죠.”

“그럼 중국 정부도 그냥 두지 않겠군요.”

사람이 뛰어나면 누군가는 발탁하려고 할 것이다. 장위에 대해 검색을 하자 프로필도 화려했다.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장래가 유망할 것이다.

“좀 쉰 뒤에 중앙정부에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자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장위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술과 여자죠. 능력은 있는데 술이 문제입니다. 부정부패에 걸린 것도 술 때문이었을 겁니다. 술을 마시면 여자를 찾고요.”

노유철의 말에 장위를 포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술을 좋아하면 인맥도 많을 거야.’

김진호는 깊이 생각했다.

노유철을 만나고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사무실 근처 공터에 빙 둘러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차를 주차시키고 살피자 사람들이 귀보무(鬼步舞)를 추고 있는 여자를 구경하고 있었다. 귀보무는 광장무라고도 불리는데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고 있었다.

‘춤을 잘 추는구나.’

춤을 추고 있는 여자는 10대 후반의 여자였다.

“유튜브 조회가 수백만 회에 이른대.”

“저 여자가 춤추는 것을 보고 배우는 10대가 많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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