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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투데이] 산청 강승훈 ‘올바나나’ 대표

지리산서 바나나로 이룬 ‘청년농업인의 꿈’

산청 생비량면서 바나나 대량재배 성공

기사입력 : 2018-04-26 22:00:00

지리산 자락에서 유기농 바나나 대량재배에 성공한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벼농사가 대부분인 농촌에 농로를 따라 차를 몰아가자 한눈에도 키가 훌쩍 큰 시설 하우스 농장이 눈에 띈다. 농장 안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수입산보다 싱싱하고 크기도 빠지지 않는 튼실한 바나나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다. 제주가 아닌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바나나는 무척 이국적이다.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에 사는 강승훈(35) ‘올 바나나’ 대표는 이곳에 1만㎡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짓고 바나나 2650본을 키워내 첫 판매에 나섰다.

최근 하동에서 200본 규모의 상업재배에 성공하고 포항, 해남 등에서 시험재배 중인 사례는 있지만 2000본 이상 대량재배에 성공한 경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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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생비량면 ‘올바나나’ 강승훈 대표가 직접 재배한 바나나를 들어보이고 있다./산청군/


제주에서 태어나 유년·학창시절을 진주에서 보낸 강 대표는 지난해 산청으로 귀농, 6월께 제주에서 묘목을 들여와 바나나 재배를 시작했다.

처음 바나나를 키우겠다고 했을 땐 논농사를 짓던 곳에 바나나가 되겠냐며 만류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그러나 10개월 만에 강 대표가 길러낸 바나나를 본 사람들은 모두 생각을 바꿨다.

바나나 나무에는 한 줄기의 바나나 열매 줄기가 열리는데 양손으로 들어올리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바나나가 달린다. ‘올 바나나’ 농장의 나무 1본당 바나나 수확량은 평균 30~35㎏ 정도.

강 대표는 대부분 농약을 사용하는 수입산과 달리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바나나를 생산한다. 현대인들이 다이어트와 운동 등 건강관리와 양질의 식품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만큼 장기적으로 유기농법이 우리 농업이 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제주의 바나나 농업인들이 우리 농장의 바나나를 살펴보시고는 생육 상태가 상당히 좋다고 말씀하셨다”며 “당도도 수입산보다 더 높고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청군이 지리적으로 국내 바나나 주산지인 제주보다 더 우수한 점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산청은 겨울철 일광량이 제주보다 많다. 또 주변에 강이 많아 토양이 충분한 물을 머금고 있어 나무가 영양분을 흡수하는 시간이 길다”며 “바나나의 생육에는 온도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햇빛이 있어야 당도도 높아지고 육질도 탄탄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서지역인 제주와 달리 내륙지역인 데다 3곳의 IC를 가진 산청은 상대적으로 물류비용이 저렴하고 유통시간이 적게 걸려 유통업체들의 선호도도 더 높다.

재배부터 관리, 판로개척까지 모든 것이 처음인 초보 청년농업인이지만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강 대표는 “국산 바나나는 수입산보다 2~3배 가격이 비싸지만 최근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문을 들은 많은 분들이 문의 전화를 주고 있다”며 “올해에는 농장 규모를 2배로 늘려 연중 꾸준히 바나나가 생산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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