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성산칼럼]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기사입력 : 2018-05-17 07:00:00
메인이미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 말은 영화 부당거래에서 배우 류승범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라는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상대방의 호의를 당연한 듯 여기다 보면 자기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줄 착각하게 된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만화 캐릭터인 둘리를 활용하여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1970년대에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인력관리 정책으로 크게 두 가지를 시행했는데, 이공계 분야의 우수한 석·박사 연구요원 양성을 위하여 과학기술처 산하 한국과학원(지금의 KAIST)을 만들었고, 입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동시에 같은 과학기술처 산하로 고급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창원기능대학(지금의 한국폴리텍Ⅶ대학)을 설립했고,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하였다. 당시 입학생들은 그런 혜택이 국민들의 피와 땀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인지했기에 국가와 국민에 대한 남다른 책임과 사명감을 지니고 국가 발전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였다. 또한 창원기능대학 같은 경우는 제공받은 혜택에 대한 반대급부로 졸업 후 2년 동안 회사에 근무하라는 의무조항이 있었어도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 당시보다 혜택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KAIST의 경우 수업료 면제와 장학금 혜택이 주어지며, 남학생은 박사과정까지 진학하게 되면 자동으로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돼 사실상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폴리텍대학의 경우에도 일반 대학의 4분의 1에 불과한 저렴한 등록금에 세계 최고의 시설과 장비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그런 혜택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 그분들은 본인의 실력과 노력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국가와 국민이 마련해준 혜택들이 본인들의 실력과 노력으로 쟁취한 당연한 권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그런 혜택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가졌었다. 그러나 필자가 두 곳의 요즘 학생들을 모두 겪어 본 결과로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자신만의 노력과 실력에 대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학생들은 대학의 설립 목적인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책임감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직 개인의 성공과 안위에만 몰두하는 성향을 보인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현재 노동부에서는 베이비부머와 경력단절 여성,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자 등을 위한 직업교육과 취업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민간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주요 기술 관련 분야는 폴리텍대학이 많은 부분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에 지원하는 중장년층 피교육자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원래 목적인 취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사실에만 만족하거나, 주어지는 수당에만 관심을 갖고 이곳저곳의 교육에 지원해 교육을 받는 교육생이 종종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국민의 한 사람인 자신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최근에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지원 가능한 교육 횟수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량적인 평가만으로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책적인 혜택들을 단순한 퍼주기식의 호의라고 여기고 있고, 그것이 지속되면서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호의가 계속된다고 권리는 아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혜택이 국가와 나 아닌 다른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소중한 것이며, 언젠가는 나도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이 내게 베푸는 배려이고, 내가 국가와 국민에게 베푸는 배려이지 않겠는가?

최국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