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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꼴찌 추락… 리그 최하위, 왜?

17승26패… 힘 못쓰는 ‘신뢰 야구’

불펜 붕괴, 주전포수 백업 전무

기사입력 : 2018-05-16 22:00:00

올 것이 왔다. NC 다이노스는 16일 오후 6시 기준 17승 26패로 리그 최하위인 10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승부 끝에 투수·포수 배터리가 폭투와 포일을 기록하는 등 자멸하면서 창단 이후 처음 10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시즌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NC는 1군에 처음 진입했던 지난 2013시즌에도 7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4시즌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달성하는 등 강팀 반열에 합류했다. 이번 시즌에도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NC는 시즌 초반 8승 2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선발·불펜을 가리지 않는 마운드 난조와 타격 밸런스 붕괴, 김태군의 입대로 인한 안방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등 졸전을 거듭하면서 순위가 꼴찌로 수직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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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창원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역전패한 NC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NC는 이날 패배로 꼴찌를 기록했다./성승건 기자/


◆한계 봉착한 김경문 감독의 ‘신뢰 야구’= NC가 전에 없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경문 감독식 팀 운영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와 비주전 선수의 구분이 확실하며, 한 번 신뢰한 선수에게는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는 야구 스타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이러한 ‘신뢰 야구’로 원종현, 김진성, 임창민 등 리그 최강 ‘필승조’를 만들었으며, LG에서 백업 포수로 뛰던 김태군을 영입해 주전 포수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김경문 야구 체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정 선수를 향한 ‘신뢰’가 ‘혹사’로 이어지면서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슬럼프에 빠진 것. 현재 김 감독이 자랑하던 필승조 트리오 중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는 원종현이 유일하다. 김진성은 올 시즌 13경기, 총 10이닝 11실점,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을 거듭한 채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게다가 임창민은 장기간에 걸친 피로가 팔꿈치 이상으로 번져 결국 팔꿈치 수술을 위해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김진성과 임창민은 지난 2015시즌부터 3년 연속 리그 전체 구원투수 중 이닝 소화 2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군의 백업 요원을 키워내지 못한 것도 김경문식 야구의 맹점이다. 김 감독은 NC 1군 진입 첫 시즌이던 2013시즌부터 매년 100경기 이상 포수 자리에 김태군을 기용했다. 특히 2015시즌에는 김태군을 전 경기(144경기) 출장시킨 이후 3년 연속 130경기 이상 출장을 보장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포수 육성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군의 빈자리는 군 입대에 의한 것으로, 김 감독이 주전 포수 공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백업 요원을 발굴해내지 못한 것이 팀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15일 롯데전의 결정적 패인은 연장 10회초 나왔던 정범모의 포일로 인한 실점이었다. 현재 NC 주전 포수 정범모의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는 0.182로,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이 부문 9위에 머물러 있다.

NC가 불펜 붕괴와 포수 부진 등 동일한 원인의 패배를 반복할수록 김 감독의 지도력을 향한 의문의 눈초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NC 부진, 다른 원인은= 외국인 선수 슬럼프와 주전 선수 부상 공백 역시 NC의 거듭된 부진에 대한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큰 슬럼프를 겪고 있는 선수는 로건 베렛이다. 베렛은 총 9경기에 출전해 43이닝 32실점, 평균자책점 6.49로 부진을 씻지 못하고 지난 1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 감독은 베렛의 부진에 대해 “외국인 투수는 힘 있는 피칭으로 삼진을 잡을 줄 알아야 하는데 베렛은 그런 부분이 약하다. 이제부터 (베렛 대신)토종 투수로 마운드를 꾸려나갈 것이다”고 못 박았다.

시즌 초 연일 호투를 펼치며 ‘에이스’로 자리 잡았던 왕웨이중 역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왕웨이중은 올 시즌 7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40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7경기 동안 무려 45이닝을 소화하면서 과부하에 걸린 불펜 부담을 덜어주는 등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지만 체력 저하로 인해 지난 5일 2군으로 내려갔다.

국내 야구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들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NC가 상위권 성적을 남겼던 것은 5시즌 동안 통산 56승 34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던 에릭 해커 등 걸출한 외국인 투수가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베렛의 부진과 왕웨이중의 2군행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지난 시즌 상위권 성적의 주역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점 역시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토종 투수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장현식은 시즌 개막 전 스프링캠프에서 입은 팔꿈치 부상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아직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다. 권희동 역시 지난달 6일 허리디스크 증세를 호소하면서 2군으로 내려간 이후 아직 복귀 시점을 조율 중에 있다. ‘96억의 사나이’ 박석민 역시 팔꿈치 통증으로 1군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부상 입은 주전 선수들의 복귀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왕웨이중은 10일 이상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회복 중이고, 장현식 역시 이달 안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복귀해 예전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준다면 ‘불펜 혹사’도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주전급 거포들이 복귀해 타선에 힘을 실어준다면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반등의 기회는 있다.

올 시즌 종료까지 NC에게 남은 경기는 101경기.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김 감독이 남은 기간 순위 반등을 통해 ‘명장’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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