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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사계절 야생화 천국 ‘진해보타닉뮤지엄’

알록달록 꽃바다에 빠졌다가, 상큼톡톡 꽃향기에 취했다가

기사입력 : 2018-05-17 22:00:00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피워봐

참 좋아

-나태주 <풀꽃 3>-


화원에 만개한 화려한 장미보다 길가에 수줍게 고개 내민 한 송이 들꽃이 더욱 눈에 띈다. 온실 속 화초의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돌 틈 사이 척박한 환경에도 마침내 싹을 틔운 야생화가 주는 생동감이 더 좋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지만 야생화는 여느 원예화 못지않게 소담스런 꽃을 간직하고 있다.

막바지 봄의 강렬한 햇살이 조금은 뜨겁게 느껴지던 지난 14일 오후의 진해 보타닉뮤지엄(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1137번길 89, ☏055-264-4337). 지천으로 우거진 녹음의 생동감이 봄의 끝자락을 더욱 싱그럽게 빛내고 있었다.

보타닉뮤지엄으로 들어서자마자 '야생화 천국'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부에 정성스레 조성된 산책로 바닥의 돌과 그 사이로 흐드러진 야생화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진해만과 야생화 군락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취해 산책로를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걷다 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심코 오르던 돌계단 틈새로 피어난 꽃들과, 볕이 들지 않는 그늘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야생화들이 그것이다. 돌담 사이로 고개 내민 야생화 한 송이가 기죽지 말고 꽃피우라고 내게 속삭이는 듯했다.

한 줌 흙이 있는 곳이면 어떤 장소에서도 기죽지 않고 꿋꿋이 꽃을 피우는 야생화를 보고 있노라면 지친 마음이 절로 힐링을 받는 기분이다. 척박한 환경에도 마침내 싹을 틔운 야생화가 주는 생동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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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관광’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자연 체험의 기회와 힐링을 제공하는 사립 수목원 ‘진해보타닉뮤지엄’ 전경.


‘진해보타닉뮤지엄’(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1137번길 89, ☏ 055-264-4337)은 최근 급증하는 관광 형태인 ‘Green Tourism(녹색 관광)’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자연 체험의 기회와 힐링을 제공하는 사립 수목원으로, 지난해 4월 처음 문을 열었다.

보타닉뮤지엄의 가장 큰 특징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꽃이 모두 심어져 있기 때문에 철마다 새로운 꽃을 심거나 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많은 종류의 초목이 있기 때문에 1월부터 12월까지 사시사철 나무와 꽃들이 꽃을 피우거나, 단풍이 들고 열매를 맺는 과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보타닉뮤지엄에는 70여 종(600주)의 교목과 210종(2,500주)의 관목, 야생화(다년생 초화) 3000여 종 등 약 15만 본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봄에는 벌컨, 옐로랜턴 등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종류의 목련과 우리나라 전통 야생화인 만병초를 비롯해 화려한 색감과 모양을 뽐내는 모란, 디기탈리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에는 보타닉뮤지엄의 대표적인 여름 꽃인 수십여 종의 수국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가을에는 소스랑남천과 단풍나무들이 수놓는 단풍으로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보타닉뮤지엄에는 온실이 위치하고 있어 겨울에도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와 지피식물(자라면 토양을 덮어 풍해나 수해를 방지해 주는 식물) 등을 마주할 수 있다.

게다가 보타닉뮤지엄은 약 195㏊에 달하는 임해도심공원이자 산림휴양시설인 진해드림파크와 진해만생태숲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보타닉뮤지엄 시설 외에도 도시공원, 생태숲, 생태학습관, 목재체험관, 진해 유리온실, 청소년 수련원 등 다양한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19세 이상) 5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3000원이다. 단 오후 7시 이후에는 보타닉뮤지엄 내 카페 이용객에 한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테마 정원

보타닉뮤지엄의 관람 포인트는 각각의 테마에 따라 크게 8개의 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구역에는 야생화뿐만 아니라 콘셉트에 맞는 조형물과 문양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조금도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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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원

△암석원= 첫 번째 테마 암석원은 보타닉뮤지엄의 출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장소이기 때문에 바위솔, 세덤 등 빛을 좋아하는 다육식물들이 많이 식재돼 있다. 뿐만 아니라 돌로 만들어진 절구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함께 전통적 느낌의 조경이 조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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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정원


△사각정원= 암석원 옆에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두 번째 테마인 사각정원을 만나게 된다. 사각정원은 온실지붕과 억새풀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보타닉뮤지엄의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사각정원에는 약 35m의 억새풀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해질녘 이곳을 가만히 거닐면서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가을철이면 바위 사이에 심겨진 소스랑남천이 빨갛게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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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닉뮤지엄 카페 내부에서 보이는 ‘이끼정원’.


△이끼정원= 사각정원 옆에는 이끼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끼정원에서는 백두산, 한라산, 태백산맥, 천자봉, 한라산, 마라도의 축소판을 관람할 수 있다. 각각의 테마에는 호랑이, 산양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조형물이 비치돼 이목을 사로잡으며, 변산바람꽃, 흑란, 금새우난, 설앵초 등 각 산맥별로 자생하는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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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정원


△솟대정원= 이끼정원 위로는 솟대정원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풍속 민간신앙 상징물인 솟대와 함께 물매화, 작약, 흰꽃꿩의다리, 금꿩의다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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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궐


△꽃대궐= 다섯 번째 테마는 꽃대궐이다. 꽃대궐은 경복궁을 본떠 만든 돌담 아래에 가꿔놓은 정원으로, 하늘에서 바라보면 모란꽃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꽃잎 모양의 각 화단마다 얼레지, 앵초, 꼬리풀, 바람꽃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식재돼 있다. 이곳에서는 희귀 야생화인 노랑할미꽃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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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궐에 설치된 ‘빨래하는 아낙네’.


△하늘길= 꽃대궐 주위로는 하늘길이라 불리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하늘길에는 보타닉뮤지엄 전체를 바다와 함께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진해 경관과 함께 납매, 벚나무, 겹벚나무, 꽃사과, 산딸나무, 모란, 나무수국, 조팝나무 등을 1월부터 초겨울까지 차례대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경관이 다양하게 변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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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행복의 길= 하늘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아치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된 행복의 길을 만날 수 있다. 행복의 길에서는 여러 종류의 클레마티스가 아치를 둘러싸고 꽃을 피워 만든 한 폭의 그림 같은 꽃 터널을 감상할 수 있다. 일몰 후 조형물에 설치된 조명이 켜지면 더욱 낭만적인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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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보타닉뮤지엄의 마지막 테마는 온실이다. 이곳에서는 분수대와 다양한 색채의 수국들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만들어낸다. 온실의 대표식물은 누운주름, 천사의눈물 등 바위를 뒤덮은 지피식물과 이끼식물들이며, 화려한 모양과 색감의 디기탈리스, 여러 종의 만병초 군락 또한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포도필룸 플레이안툼(무늬팔각연), 깽깽이풀, 등심붓꽃 등 희귀한 종류의 야생화들도 곳곳에 식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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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화(探花)시 주의사항은

보타닉뮤지엄의 초목은 야생화가 주를 이루는 만큼 사람들의 눈길이 쉽게 닿지 않는 나무 아래나 바위틈, 그늘 등 곳곳에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따라서 탐화를 할 때는 시간을 넉넉히 갖고 천천히 걸으면서 꼼꼼히 관람하는 것이 좋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돋보기나 망원 렌즈 등을 휴대하고 자세히 관찰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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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닉뮤지엄은 전 지역 금주, 금연 지역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있다. 또한 관람지역 이외의 공간에는 들어갈 수 없으며, 식물·토석 등을 채집, 채취하게 되면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원내에 음식물, 돗자리 등을 반입할 수 없다. 대신 원내에 마련된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애완견 및 애완동물의 동반입장이 불가하니 이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단 시각장애 안내견은 동반입장이 가능하다.

글= 이한얼 기자

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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