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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터널 좌석버스’ 타보니… 1시간 기다리기 예사

출근시간 창원방면 좌석 거의 없어

정류장마다 1~2명 타는데 그쳐

기사입력 : 2018-05-27 22:00:00

속보= “우리 같은 기사들도 난감하죠. 어제는 일행 3명이 타려다가 만석이라 2명이 못 탄 거예요. 과태료 감수하고 태웠어요. 출근을 못 한다는데….” (25일 6면 ▲또 도마에 오른 ‘창원터널 자동차전용도로’)

창원터널을 통과하는 170번 버스가 좌석버스로 전환된 지 일주일이 지난 25일. 기자는 오전 7시 20분께 김해시 장유2동 삼문마을 정류소에서 창원방면으로 가는 170번 버스에 올랐다. 창원터널까지는 8개 정류장을 지나쳐야 하지만 빈 좌석은 2개뿐이었다. 버스가 다음 정류장인 대청초등학교에 정차하자 승객 3명이 버스에 올랐다.

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남은 좌석을 확인하다 급기야 승객들에게 “자리 몇 개 남았어요?”라고 소리쳤고, 승객들은 2개 남았다고 답했다. 버스에 오른 승객 3명 중 1명은 빈자리가 없어 탑승하지 못했다. 다음 정류장인 장유도서관에서는 2명 중 1명이 타지 못했다. 60대 할머니는 “서서 가면 된다”고 말하며 차에 올라섰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자가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전에 내리기로 하고 자리를 양보했다. 이어 도착한 능동중학교 정류장에서는 승객 1명이 만석으로 인해 탑승하지 못하고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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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창원터널을 통과하는 170번 시내버스 내부에 ‘170번 버스가 좌석버스로 운행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자가 좌석버스 전환 문제를 취재하고 있다고 밝히자 170번 버스 안은 교통행정 성토장이 됐다.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A씨는 집과 가까운 곳에 능동중학교 정류장이 있지만 좌석버스 전환 이후 일찍이 만석이 되는 터라 반대 방향으로 네 정류장을 걸어 간 뒤 버스를 탔다고 했다. A씨는 “오늘도 한 대를 보내고 두 번째 차에 탔다. 어제는 좌석이 없어 창원까지 택시비 2만원을 지불하고 출근했다”고 했다. 창원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B씨는 “출근 시간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좌석버스 자리 찾기가 복불복이다. 오늘도 두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서 겨우 탔다”며 “기본적인 수요 파악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좌석버스로 전환하면 직장은 어떻게 다니란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뒤따르는 170번 버스의 좌석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정류장에 내린 후 다시 장유도서관 정류장으로 이동해 버스를 타려 했지만 역시 만차였다. 기자는 마지막 정류소에 내리겠다고 말한 후 입석으로 버스에 승차할 수 있었다. 이 버스 역시 능동중학교에서 1명, 능동삼거리에서 1명을 태우지 못하고 창원터널로 향했다. 창원터널로 향하는 마지막 정류장에서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입석이 제한됩니다. 탑승객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음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퇴근 시간에도 반복된다고 시민들은 하소연한다. 홍모 (61)씨는 “24일 오후 6시경 성산구청 정류장에서 김해 방면으로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170번, 58번, 59번, 98번이 모두 만차여서 10여명의 승객들이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이 묶여 있었다”고 했다.

혼선을 빚는 건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버스 기사는 “육안으로 빈자리를 확인해야 한다. 잘 보이지 않을 경우 큰 소리로 자리가 있는지 승객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어제는 한 자리가 남은 상황에서 일행 3명이 탔는데 과태료를 물 것을 각오하고 태웠다”고 했다.

창원시와 김해시는 창원터널을 통과하는 170번, 58·59·97·98번 버스의 증차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자동차법에는 노선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칠 때 노선을 신설·변경할 경우, 지자체 간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창원시와 김해시는 증차 대수를 놓고 서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증차에는 운수업체의 동의가 필요하고 버스 구매 등 문제도 뒤따르는 탓에 단기간에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증차에 앞서 김해시는 내주부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58·59번을 출근 시간 이용객이 많은 계동, 덕정 방면으로 우회해 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97·98번의 기점 배차시간을 단축해 출퇴근 시간 운행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시행할 예정이다.

글·사진=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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