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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 팔도유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제'

천년의 전통… 풍요와 안녕을 비나이다

단옷날 전후인 오는 14~21일 강원도 강릉 남대천 단오장서

기사입력 : 2018-06-01 07:00:00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8 강릉단오제가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강릉 남대천 단오장 일원에서 열린다.

‘지나 온 천년, 이어 갈 천년’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강릉단오제는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상생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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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제의 주신인 국사성황을 모시는 영신행차와 함께 주민이 함께하는 신통대길 길놀이가 흥겹게 펼쳐지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단오를 전후로 열린다.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며 매년 음력 5월 5일 제사를 지내고 창포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을 하는 단오의 세시풍습 외에도 강릉단오제는 아주 독특한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대관령에서 인간세계로 내려온 국사성황신이 부인인 국사여성황신과 15일 동안 합방을 한 뒤 5일간의 축제를 통해 복과 풍요를 기원하며 안전을 지켜줌을 약속하는 의식이라는 점이다.

인간세계에 노닐러 오는 국사성황신은 천년 전 통일신라시대 강릉에 굴산사를 창건한 스님인 범일국사고 범일국사의 부인 국사여성황신은 조선시대 호랑이에게 물려가 희생을 당한 강릉의 정씨 처녀다. 그리고 또 다른 신이 등장하는데 바로 대관령 산신이다. 국사성황신을 인간세계로 모시기 위해서는 대관령에 올라 산신께 고하는데 이 산신을 강릉사람들은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죽어 대관령산신이 됐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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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주빚기’. 무녀들이 부정굿을 올린 뒤 제관들이 술을 빚을 솥을 솔가지로 소독하고 부정을 막기 위해 한지를 문 채 술을 빚었다. 보름 뒤 열릴 대관령 산신제 및 국사성황제에 첫 술을 올린다.

한마디로 강릉단오제는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아주 큰 제례의식인 것이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불선의 사상이 합해지고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강릉단오제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학자는 2세기 무렵 강릉의 고대국이었던 동예의 무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신라시대부터 시작됐다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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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노가면극 공연.

기록상 강릉단오제가 최초로 나오는 것은 1603년 허균 선생이 자신의 문집 ‘성소부부고’에 강릉에서 단오제를 구경했다는 기록이다.

그는 “제사를 올리는 대상이 김유신 장군”이라고 썼다. 김유신 장군이 유년시절 명주에서 무술을 익히고 삼국을 통일한 후 사후에 대관령산신이 됐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또 이 신은 영험한 능력이 있어 매년 5월이면 대관령에 가서 신을 맞이하고, 즐겁게 춤을 춰 신을 즐겁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명주사람들이 신이 즐거우면 풍년이 들고 노여워하면 천재지변을 일으킨다고 믿었다는 사실도 적었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기록이 없어 명확한 출현시기를 알 수 없었던 강릉단오제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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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씨름대회.

이러한 믿음이 오래도록 지켜지면서 강릉사람들은 매년 강릉단오제를 준비한다. 매년 음력 4월 5일이면 신께 바칠 술을 빚는 신주빚기를 하고 음력 4월 15일에는 신을 모시러 대관령에 올라 대관령산신제와 국사성황제를 지내고 국사성화신을 여성황당에 모시는 봉안제 등을 올린다.

그리고 음력 5월 1일부터 8일 동안 축제의 장인 강릉단오제가 펼쳐진다. 신주빚기와 국사성황제가 전행사라면 강릉단오제는 본행사다.

그래서 아무리 큰일이 나더라도 강릉 사람들은 신을 모셔야 했다. 신을 모시고 1년간의 평안과 안녕, 복을 기원해야 했다. 역사문화적 침탈을 일삼았던 일제강점기에도 단오제는 열렸고 6·25전쟁 중에도 단오제는 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메르스사태, 세월호 참사에도 강릉단오제는 열려 슬픔을 잇고 아픔을 나눴고 넋을 기렸다.

이런 덕분에 강릉단오제는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등록되면서 우리 민족 전통 민속축제의 원형성을 간직한 단오축제로서 고유의 가치를 획득했다. 2005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어 전 세계의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되었으며, 지난해에는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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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그네타기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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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인기 프로그램인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

6월 14일부터 시작되는 강릉단오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리마당, 아리마당, 단오교육전수관 등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강릉단오제의 3요소 가운데 하나인 관노가면극을 비롯해 강릉농악, 학산오독떼기, 하평답교 놀이 등 강릉의 무형문화재는 물론 황병산 사냥놀이, 전주기접놀이, 제주 탐라문화 공연까지 대한민국의 대표 무형문화재 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씨름, 그네타기, 줄다리기, 윷놀이, 투호놀이 등 전통민속놀이는 물론 창포머리감기, 수리취떡, 단오신주 나누기 등 단오의 세시풍속도 즐길 수 있다.

강릉단오제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인 강릉단오제례와 단오굿은 6월 16일 저녁부터 시작되며 강릉시민들이 모두 참여해 길놀이 장관을 펼치는 신통대길 길놀이도 16일 저녁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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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단오장을 가득 메운 시민과 관광객들.

강릉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강릉사투리대회는 단옷날인 18일 오후 6시 30분 수리마당에서 펼쳐지며 이어 월드컵 한국 대 스웨덴의 경기관람도 진행된다.

올해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코레일 강원본부 강릉관리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강릉단오제’를 테마로 한 여행 상품도 출시했다.

강원일보 조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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