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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원리 담은 한의약, 질병 근본 원인을 잡는다

후생유전학과 한의약

유전학에선 DNA 잘못된 배열 등을 질병 원인 꼽아

기사입력 : 2018-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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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선택설’과 ‘용불용설’에 대해서 들어 보셨나요?

자연선택설은 20세기의 집단유전학, 분자생물학 발전의 기초가 되는 이론으로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를 갖는 개체가 더 길게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고, 그 적응한 변이를 후손에게 전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준다.

용불용설은 ‘생물체의 유전은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라는 이론으로 개체가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어떤 기관을 더 많이 사용하거나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결과로 얻은 기관의 변화는 번식에 의해 새로 태어나는 개체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유전자에 대한 설명은 ‘멘델의 법칙’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멘델의 유전법칙은 생물학에 대해서 일대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으며, 유전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멘델의 뒤를 이어 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염색체상에 존재하며 염색체는 세포의 핵 안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전자 정보들이 핵산인 DNA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1950년대가 되자 DNA상의 유전암호를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에는 이 유전암호를 이용해서 인간의 유전병의 기원을 알아내고 있으며 이미 인간의 게놈 분석을 완성하는 단계까지 왔으며, DNA의 분석을 통해 유전자를 조작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시대까지 왔다.

유전정보가 있는 DNA를 유전자라고 한다. 유전정보가 있는 DNA와 유전정보가 없는 DNA를 합쳐 유전체라고 한다. 후생유전체는 유전체에 메틸기나 아세틸기 같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태그가 붙어 있는 유전체를 일컫는다. 메틸기는 억제시키는 브레이크, 아세틸기는 활성화시키는 액셀러레이터로 보면 된다. 메틸기가 히스톤에 결합하면 DNA가닥이 풀리지 않으면서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아세틸기가 히스톤에 결합하면 DNA가닥이 풀리면서 유전정보가 발현된다.

그렇게 변화된 유전자의 메틸화와 알킬화는 우리 몸의 단백질 합성 등에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물론 부정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질병의 상태로 유도할 수도 있다.

후생유전학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출발한 개체가 발생 과정을 거쳐 다양한 기능을 갖는 세포로 구성되는 세포 분화와 관련되며, 후생유전적 유전자 발현 조절을 세포 분화의 기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의 발현은 DNA 메틸화 및 히스톤 변형 등과 같은 화학적 가역반응에 의해 조절된다.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크로마틴의 구조적 변화가 영향을 줘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기전에 관한 연구 분야를 후생유전학이라고 한다.

인체는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한 200여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더구나 실제 200여 종류의 세포는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체를 이루는 200여 가지 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했기에 심장세포든, 간세포든 모든 세포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일한 선천적 유전체를 가진 200여 가지 세포의 후성유전체는 제각각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세포 종류별로 다른 신호가 입력됨으로써 유전자 발현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각 장기마다 활발히 발현되는 유전자가 있고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발현되지 못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심장세포가 되거나 간세포가 된다고 한다.

배아줄기세포에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 심포와 담, 위 등 다른 육장 육부 장기가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은 유전자 발현이 다른 요인에 의해서 조절됨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용불용설의 후생유전학적 의미를 한의약과 연관지어 설명하고자 한다. 한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 소인의 유전적 원인이다. 부모로부터 혹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요인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 내인이라는 원인이다. 이는 음식, 기거, 칠정이라는 요인이 질병을 유발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셋째 외인이라는 원인이다. 이는 외부 감염에 따른 질병이다. 넷째 불내외인이라는 원인이다. 이는 사고 등의 외상, 새집이나 헌집증후군 등의 유기화합물 등에 따른 질병이라 생각하면 된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병의 원인 4가지를 유전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첫째인 소인의 현대적 의미는 유전자 DNA의 잘못된 염기배열에 따른 질병으로 선천유전학적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둘째와 셋째, 넷째인 내인, 외인, 불내외인은 유전자 DNA의 메틸화 혹은 히스톤 단백질 변성에 따른 질병으로 후생유전학적 개념이다.

이렇게 이미 수천년 전부터 한의약의 병의 원인에 대한 이해는 고전 유전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후생유전학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이 한의약의 진면목을 애써 무시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의약은 대증치료가 아닌 근원적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 우리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각각의 유전자를 가지며 그러한 유전자의 정보에 의해서 단백질을 합성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몸은 쉼없이 변하게 된다. 만약 질병의 상태라면 그에 해당하는 세포 혹은 조직, 기관의 유전자는 질병의 증상이 발현될 수 있도록 변화된 상태일 것이다. 즉 해당 질병과 관련된 긍정적 유전자의 메틸화와 부정적 유전자의 알킬화가 이뤄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약을 통해서 근원적인 치료를 하게 되면 그러한 부정적 증상의 발현이 억제되거나 긍정적 증상의 발현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를 유전적으로 설명하자면 유전자의 부정적 발현을 메틸화시켜 억제하고, 긍정적 발현을 아킬화시켜 활성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한약이라는 의미가 된다. 후생유전체는 유전체와 내인, 외인, 불내외인 등의 환경 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따라서 후생유전학은 한의약의 질병 요인에 대한 새로운 현대적 해석이 가능하도록 한다. 더불어 기존에 선천적으로 유전과 관련된 질환으로만 이해돼 어찌할 수 없다고 여기던 많은 질병들이 한의약적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한의약은 유전자의 후생유전체적 발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조절력을 가지고 있다. 한의약의 후생유전학적 재해석과 새로운 이해는 의료혁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창원동양한의원 조정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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