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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선거 격전지를 가다] (4) 산청군수 선거

현역 ‘민주당 옷’으로 보수지역서 재선할까

민주당·한국당·무소속 2명 출마

기사입력 : 2018-06-07 22:00:00

6·13 지방선거 선거인 명부 기준 산청군 인구수는 3만6326명, 선거인수는 3만2426명이다. 의령군(2만7875명)에 이어 도내 두 번째로 인구가 적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만2041명(33%)에 달해 군민 3명 중 1명꼴로 노인이다. 소규모 도시인데다 노령층이 대부분이라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하다.

역대 군수 선거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1995년 민선 1기 권순영 군수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이후 2014년까지 6번 지방선거에서 5번이나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군수가 당선될 정도로 보수표심이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권순영 군수는 이후 1998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재선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인 허기도 군수가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을 탈당,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선거판세가 복잡한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허 군수 직전 재선을 지낸 이재근 전 군수가 출마했다. 둘은 진주고 1년 선후배(이 후보는 진주고 2년 중퇴) 사이다. 이재근 후보는 4년 전 3선 도전을 접으면서 당시 군수선거에 나선 허기도 후보를 적극 지지했지만 이젠 맞대결을 펼치는 사이가 됐다. 3선과 재선 도전에 나선 전·현직 군수의 표밭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특정정당이 독주하던 과거와는 달리 쉽사리 승부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지역의 대체적 관측이다.

여기에 군수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군의회 의장 출신 이승화 후보와 배성한 후보가 무소속 출사표를 내면서 4파전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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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수 선거에 출마한 허기도(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근 자유한국당 후보, 이승화 무소속 후보, 배성한 무소속 후보./성승건 기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일부는 남부(삼장·시천·단성·신안·생비량·신등면)와 북부(산청읍, 차황·오부·생초·금서면)로 나누는 소지역주의도 거론한다. 역대 군수들이 모두 남부지역 출신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지난 6일 5일장이 열린 산청읍 시장을 찾았다. 시장 좌판이 모두 펼쳐지기도 전인 오전 8시쯤 이미 후보 유세차량은 자리를 잡았고 각 정당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은 후보 지지자들이 길 양쪽에서 인사했다. 다만 현충일이라 떠들썩한 음악과 율동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도의원 3선, 도의회 의장을 거쳐 산청군수가 된 허 후보는 ‘힘 있는 군수, 중단 없는 산청발전’을 내세우며 여당 소속과 현직 군수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지형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한국당은 미래가 없다”며 “망해버린 당에서 또다시 옛날과 같은 일을 해보겠다고 나왔는데 믿겠는가”라고 한국당 후보를 겨냥했다. 허 후보 유세에는 민홍철 경남도당위원장과 우원식 전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여당에게 힘을 모아주어야 산청이 발전할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이재근 후보는 ‘이재근이 다시 뛰면 산청이 다시 뜬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군수 재선 시절 이룬 산청의 경제 지도를 새롭게 다듬겠다며 ‘일 잘하는 군수’를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흘러간 물 어쩌고 하는데, 흘러간 물 다시 퍼올려 발전하는 양수 발전소가 있다”며 “지난번보다 더 멋진 산청을 만들겠다”고 했다.

무소속 이승화 후보는 도의원을 거친 군의회 의장 출신이다. ‘뚝심 있는 일꾼’을 구호로 청소년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군 직영 전원주택을 개발하는 등 인구 5만명 도시로 가꾸겠다고 했다.

무소속 배성한 후보는 산청의 자원을 활용한 히트상품을 만들어 군 재정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수가 되면 이른바 ‘산청군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내 토착비리도 뿌리 뽑겠다고 했다.

유권자 표심은 산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후보에게 쏠렸다. 갈수록 심화하는 고령화 문제와 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층을 모을 수 있는 군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정정당 쏠림은 상당 부분 희석된 분위기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9·여)씨는 “청년, 노인 할 것 없이 인프라가 좋은 진주로 나가버리는 탓에 산청은 텅 비었고 지역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이 넘쳐야 소상공인이 살고 산청 경제가 산다. 청년, 일자리 정책을 잘 펴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시장 입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모(67·여)씨도 “주변을 둘러봐라. 장날인데도 사람이 없다. 젊은 사람 끌어올 정책이 필요하다”며 “인물, 정당을 가리지 않겠다. 공약집 보고 산청 발전에 도움되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시천면으로 귀농한 50대 부부는 “주변 분들은 특정정당이 무조건 유리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보수 성향이 강한 노인분들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너무 말을 함부로 해서 싫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일부 한국당 선거운동원 가운데서도 “‘한국당 후보를 모두 찍지는 않겠다. 도지사, 군수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말을 했다”며 “과거와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장을 보러 온 이모(73·차황면·농업)씨는 “군수를 역임한 허기도·이재근 후보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여론조사를 보니 지지율이 낮다고 한다. 될 사람을 밀어주고 싶다”고 했다.

휴일인데도 후보 지지유세단을 제외하고는 20대 젊은층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이상권·박기원·김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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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수 후보 4명 5대 공약 비교

경제 활성화·복지시책 확대 약속


산청군수 후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시책 확대와 함께 농업분야, 관광분야 공약 등을 주로 제시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경제 활성화= 허기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국전력, 동남발전,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와 협력해 산청군을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100개를 창출해 군민에게 연금형태로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재근 자유한국당 후보는 민간자본 투자유치촉진대책팀을 꾸려 한방제약산업단지 및 공공용지 분양 활성화, 농특산물 유통구조 개선, 공공건설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승화 무소속 후보는 산청군에서 개최되는 모든 축제를 농가소득 증대 및 판로 개척에 초점을 맞춰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택배비 지원 확대, 농특산물 판매대 무료화 및 홍보 지원을 약속했다. 또 추곡수매 가격안정기금 설치, 농민수당 지급 조례 제정, 축산과 신설 등 농업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배성한 무소속 후보는 군 직영 히트상품 개발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인구증가와 소득증대를 동시에 꾀하겠다고 공약했다.

◆관광= 허기도 후보는 △100리 불로장생길 조성 △100리 선비길 조성 △경호강 자전거길 조성 △국립 산림체험원 유치 △황매산 철쭉단지 사계절 관광지 개발 △친환경 지리산 케이블카 △동의보감촌 프리미엄 힐링타운으로 조성 △목화산업 육성 등을 통해 1000만 관광객 유치를 공약했다.

이재근 후보는 △동의보감촌 및 한방자연휴양림 확장 △힐링 항노화 프로그램 개발 △경호강 100리 자전거길 및 거점 생태공원 조성 △제2회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 등을 통해 관광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교육·복지= 허기도 후보는 요람에서부터 평생교육을 내세우며 △지역농산물 친환경 무상급식 △사교육비 지원 △서예교실 예산 증액 △청년 취업준비생 지원 △산림한방고 개설 △신안 공립도서관 건립 등을 공약했다. 또 마을회관 등 공동식사 도우미 지원, 백내장시술 지원, 남부지구 복지관 건립, 농업인회관 건립 등을 약속했다.

이재근 후보는 △사회복지사 및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노인, 장애인, 이주여성 복지서비스 확대 및 다문화 지원센터 운영, 군민 문화 취미 프로그램 운영 확대, 남부도서관 및 수영장 건립, 행복택시 확대 운영, 보조 보행기 및 전동휠체어 확대 보급, 초중고교 무상급식 지원 등을 공약했다.

배성한 후보는 73세 이상 군민 7000여명에게 지급하는 ‘산청지킴이 사업’과 65세 이상자에게 마을버스 무료승차 등 공경사업 시행을 약속했다.

◆차별 공약= 허기도 후보는 △국도 20호선 확장 △내리길 확장 △도시가스 조기 착공 △시가지 지중화 △삼장, 차황 상하수도 △생비량 전원주택지 개발 등 도시기반 인프라 확충을 공약했다.

이재근 후보는 활기 넘치는 농업 농촌 건설을 목표로 △전국 1등 농특산품 육성 지원 △귀농귀촌 지원 종합센터 운영 △농기계 임대사업 혁신 △야생조수 피해방지시설 확대 등을 약속했다. 또 국도 20호선 확장사업 재추진, 마을연결 도로사업 확대, 하천준설 등 재해예방 선제적 사업 등을 약속했다.

이승화 후보는 직영 전원주택 개발 분양 등을 통해 인구를 5만명으로 증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남부와 북부에 청소년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노인회 11개 읍면 분회장에 대한 직책수당 신설을 약속했다.

배성한 후보는 군수의 지나친 행정개입으로 인한 전시행정, 업적중심 행정을 막기 위해 행정체계를 혁신하는 한편 전직 군수 적폐청산위원회를 설립해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리산 자락에 탈북민 정착촌 ‘한민족 마을’을 설립해 남해 독일마을과 같은 명품마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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