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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북극곰-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기사입력 : 2018-06-15 07:00:00


그 북극곰의 고향은 마산이라고 했다. 내륙에서 봄 꽃이 제일 먼저 피는 고장, 겨울에도 눈 보기가 힘들다는 남쪽 바다도시의 작은 섬에서 북극곰이 태어난 것이다. 1995년의 일이었다. 북극곰은 남도의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자랐고, 1997년 경기도 한 대형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몇몇의 동족 친구가 있었고, 울타리 밖 많은 인간들을 만나야 했다. 그렇게 24번의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병들고 지친 고령의 북극곰은 이제 마지막 안식을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그곳은 북극곰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북극 환경의 자연 야생동물원이다.

▼한국의 마지막 북극곰 통키의 영국행 소식이 화제다. 이 땅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지만 결국 통키는 태생적 본능을 넘어설 수 없었다. 겨울을 사는 동물인 북극곰은 여름을 날 때마다 괴로웠다. 나이가 들고 친구들이 모두 떠난 후에는 이상증세까지 보였다. 동물보호단체는 수년째 에버랜드 측에 대책을 요구했고, 최근 통키의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의 이주가 결정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북극의 동물들이 생존 가능한 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90년대 전국 동물원에는 20마리의 북극곰이 살았다. 많은 아이들은 북극곰 구경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때 얼음 아닌 아스팔트 위에서 인간들을 바라보던 북극곰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국내 북극곰 대부분이 비참하게 마지막을 맞이했다는 뉴스에서 환경의 무게와 무지의 공포를 느낀다.

▼환경오염 때문에 이민을 고민하는 ‘미세먼지 이민족’이 2년 새 10배가 넘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환경은 생존과 직결된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 질환 등 환경 질병에 아이들이 고통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갈 수 있는 ‘북극’은 없다. 북극곰이 꽁꽁 언 빙하 위를 누비며 살아야 건강하듯, 우리 아이들은 우리 땅에서 우리 것을 먹고 살아야 건강하게 자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우리가 통키를 위한 겨울은 만들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한 맑은 공기는 노력에 의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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