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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전면 점화(點畵)-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18-06-18 07:00:00


김환기(1913~1974)의 1972년 작 붉은색 전면 점화(點畵) ‘3-II-72 #220’가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 작품은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제25회 홍콩세일에서 85억2996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미술품 경매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4월 케이옥션 서울경매에서 김환기의 푸른색 전면 점화 ‘고요 5-IV-73 #310’(1973)이 기록한 65억5000만원이었다. 13개월 만에 경매가 자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3-II-72 #220’은 김환기 작품 세계가 절정에 이르렀다 평가받는 미국 뉴욕 시절의 전면 점화 중 하나다. 세로 254㎝, 가로 202㎝ 대형 면포 위에서 맑은 진홍빛 점들이 엇갈리는 사선 방향으로 패턴을 이룬다. 상단에는 푸른색 점들이 작은 삼각형을 이루며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의 경매 시작가부터 직전 최고가보다 12억원 높았음에도 낙찰된 것은 추상미술 선구자라는 작가의 미술사적 지위에다 희소한 붉은 색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환기는 1933~1936년 일본 니혼대 미술학부에서 당시 전위미술로 유행하던 기하학적인 추상미술을 익혔다. 젊은 시절 추상 세계에 빠진 그는 한국전쟁과 파리시대(1956~1959년)를 거치면서 달항아리를 비롯해 매화, 보름달, 사슴 등 한국적 소재에 집중하며 민족성이 담긴 작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1963년 뉴욕으로 건너간 뒤에는 완전 추상화인 전면 점화 형태로 전환했다. 1970년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 대상을 받은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로 독자적인 추상 세계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그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호평받는 이유는 뭘까. 미술평론가들은 현대적 감성과 독창성을 들고 있다. 한국의 토속적 정취가 넘치는 박수근, 이중섭과 달리 김환기는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세계로 해외에서 더욱 공감대를 얻고 있다. 아울러 추상화라는 국제적인 브랜드에 동양적 요소와 ‘환기블루’라는 자기만의 색깔을 결합시켜 독창성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에 따르면서 독자 영역을 개척하는 것, 명작의 공통분모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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