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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61)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31

“누워 있어요”

기사입력 : 2018-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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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 나는 한 여자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살지 못하고 남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정은 오늘도 그를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낯선 여자의 느낌, 낯선 나라의 향기, 낯선 나라 여자의 신음이 그를 감미롭게 했다. 김진호는 그녀와 깊은 사랑을 나누고 나란히 누웠다.

“고마워요.”

강정이 김진호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둥근 가슴이 그의 가슴에 밀착되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몸을 떨리게 했다.

여자의 가슴은 언제나 남자를 황홀하게 한다.

“내가 고맙지.”

김진호는 강정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부드러움이 그에게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우리 가끔 이렇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서로 조심하면 즐겁게 지낼 수 있지.”

부정한 남녀관계는 때때로 사건으로 발전한다. 살인사건이 되기도 하고 치명적인 사기사건이 되기도 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을게요. 서로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해요.”

강정이 김진호의 위로 올라와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래주면 고맙지.”

김진호가 강정의 등을 안았다. 강정이 그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김진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왜 생명체는 암수가 분리되고, 분리된 암수가 하나가 되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일까. 자연의 섭리라는 말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암수가 분리된 뒤에 욕망이 생겼다. 욕망은 분리된 암수가 하나가 되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하나가 되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강정의 살이 닿자 김진호도 기이하게 편안했다.

“일어날래요?”

강정이 그의 귓전에 속삭였다.

“일어나야지. 섭섭하지 않아?”

여자는 사랑을 나눈 남자의 품속에서 잠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내가 있는 남자는 그렇게 해줄 수가 없다.

“괜찮아요.”

“씻을게.”

“누워 있어요.”

강정이 욕실에 들어가서 젖은 수건을 가지고 나온다. 샤워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눈치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젖은 수건으로 가볍게 닦아주는 것이 좋다.

강정은 경험이 있는 여자다. 젖은 수건으로 그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강정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 근처 먹자골목을 향해 가다가 산사와 마주쳤다. 산사는 동생들과 먹자골목으로 가는 중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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