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획] 경남 마이스, 이제는 도약할 때 (3) 세기의 회담지 된 싱가포르

편리하고 준비된 곳에 세계인 모인다

기사입력 : 2018-06-20 07:00:00
메인이미지
마이스산업 부흥기를 열어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야경. 지난해에만 4500만명이 다녀갔다. 2561개 객실을 갖춘 호텔 입실률은 96.8%로 만실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마리나베이샌즈/


지난 12일 북미회담이 끝나고 남북한 외교적 성과와는 별개로 ‘북미회담의 최고 수혜자는 싱가포르’라는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나흘간의 북미회담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4일간 머무는 동안 지출액만 1200만 싱가포르달러(한화 97억원)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지출로 인한 경제효과보다 싱가포르가 평화의 상징, 중립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진 것이 큰 성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회담 이후 중립국으로 국제중재자 역할을 잘 해냄에 따라 다자외교의 중심지인 스위스 제네바를 연상시킨다는 뜻에서 ‘아시아의 제네바’로 불리게 됐다.

금전적 가치로 따지기 어려운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가 상승 효과가 예상된다. 마이스 업계에서는 싱가포르가 ‘준비된 곳’이었기에 ‘세기의 마이스 행사’가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마이스’(미팅·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최강자임을 스스로 입증해낸 싱가포르를 찾아 그 면모를 살펴본다.


메인이미지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홀.

◆정보 따라 사람 모여드는 싱가포르= 지난 5월 22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럭셔리 여행 박람회인 ILTM(International Luxury Travel Market, 세계 럭셔리여행 박람회) 아시아-태평양이 열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홀 안은 인테리어 박람회로 착각할 만했다. 호텔은 각자가 가진 고급스러움을 부스에 녹여내고 핑거푸드를 마련해 호텔 로비에 들어선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했고, 국가 혹은 지역의 경우 이미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소품들과 색을 사용해서 서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힘썼다. 대형 호텔 체인부터 부티크 호텔, 아웃렛몰과 다양한 액티비티, 자동차까지 여행과 관련된 정보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만큼 바이어들도 분주히 미팅을 잡으며 고객들이 선호할 장소와 경험을 골랐다. 이 행사를 매개로 잡힌 사전 미팅만 3만건이다. 34개국에서 온 538개사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ILTM ASIA가 아시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켜 열리는 첫해다. 이미 아시아 최대 마이스 박람회인 ITB ASIA와 같이 세계 마이스업계가 참여하는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지만, 3년간 이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럭셔리 관광 정보의 중심지로도 활약하게 됐다. 아직까지 럭셔리 여행 기반이 미약한 한국도 부스를 마련해 한옥·한식·명인과 함께하는 체험을 주제로 한 관광상품을 선보였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 한여옥 차장은 “범위가 달라진 후 개최되는 첫 행사다 보니 어떤 바이어들이 올까 살펴보는 탐색전 성격이 강한 해라 다들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다”며 “한국은 아직 인프라 등이 부족해 럭셔리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인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중심으로 공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행사 전날 밤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오프닝 파티에서도 참가자들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DJ의 음악에 맞춰 샴페인과 가벼운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참가자들의 면면을 훑고, 명함을 나누기 바빴다. 버즈 알 아랍 등이 속한 최고급 호텔 체인 주메이라 그룹의 중국 세일즈 디렉터 토니 마는 “내일부터 열리는 ILTM에서 호텔 홍보를 위해 상하이에서 참석했다”며 “파티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세계 럭셔리 트래블 업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다지고, 동향이나 정보도 알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메인이미지

◆싱가포르는 어떻게 마이스 성지가 됐나= 이렇게 하나의 박람회에 정보와 사람들이 모여드는 싱가포르는 UIA(국제회의연합)이 발표한 2017년 세계 도시별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2016년 브뤼셀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세계 최고 마이스 도시임을 확인시켰다. 싱가포르가 마이스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된 축적된 노력 덕분이었다. 1974년 싱가포르관광청 산하의 싱가포르전시컨벤션뷰로(SECB)는 싱가포르를 설립해 양질의 미팅, 인센티브, 컨벤션 목적지로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이후 싱가포르는 글로벌 무역·커뮤니케이션·지식기반산업의 강화·마이스 인프라 확충을 통해 마이스 산업의 기반을 다졌으며 특히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글로벌 회사들의 아시아 지사를 유치함으로써 기업회의를 늘려나갔다. 2005년에는 차세대 주력산업에 마이스산업 중심의 관광산업이 선정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시작됐다. 현재 싱가포르전시컨벤션뷰로가 전 세계 20여개 해외지사를 운영해 비즈니스 행사를 돕고 있으며, 승인된 일부 박람회의 경우 세금 감면의 혜택을 주고, 기업비용을 절감시켜주는 등 마이스 업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또한 정부와 관련업계는 치열해지는 마이스 산업 경쟁시대에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최고 마이스 도시를 유지할 수 있도록 1년여에 걸쳐 200여명의 아이디어를 모아 MICE 2020 로드맵을 공동 개발, 실행해나가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 오영주 트레이너 가이드는 “싱가포르는 자연적인 것이 없어 일반 관광만으로 계속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기 어려워 비즈니스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힘썼다”며 “최근에는 특히 인센티브 투어를 포함한 대형 마이스 이벤트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메인이미지
세계럭셔리여행박람회 오프닝파티.
메인이미지
마리나베이샌즈 인피니트풀.

◆김정은이 방문한 마리나베이샌즈= 회담 전날인 지난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밤에 외출해 둘러본 곳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리조트다.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싱가포르 마이스 산업의 혁신적 변화는 이곳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가 2010년 나란히 개장하면서 시작됐다.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가 개장된 2010년을 기점으로 싱가포르를 찾은 외래관광객과 관광수입이 크게 증가했으며 국제회의 개최 실적(UIA기준) 또한 2009년 689건에서 2010년 725건, 2011년 919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마리나베이샌즈는 3개의 빌딩이 에펠탑보다 긴 배(340m)를 떠받치고 있는 독특한 외관으로 멀라이언을 제치고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우리나라 관광객에는 57층 꼭대기에 위치해 하늘과 맞닿은 것 같은 인피니트풀(수영장)로 유명한 이곳은 2010년 라스베이거스 샌즈사가 미화 80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58만㎡ 규모의 복합리조트로 3개동 2561개 객실을 갖춘 호텔을 비롯해 카지노·테마파크·박물관·공연장·쇼핑몰·전시컨벤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는 최대 4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시컨벤션시설로 유연한 공간활용과 호텔 접근성, 리조트 내부 스카이파크와 수영장 등 다양한 회의·이벤트 베뉴(장소)들이 마련돼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마리나베이샌즈 요코 쿠와하라 매니저는 “비즈니스로 마이스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리조트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기획됐다”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감상, 명품 쇼핑, 박물관 관람, 미식 체험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곳이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메인이미지

/인터뷰/ 마이클 리 마리나베이샌즈 부사장

“충분한 인프라·인력 강점”


-마리나베이샌즈가 싱가포르 마이스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싱가포르 정부가 이미 마이스 산업 발전을 위해 준비를 해온 부분도 있고, 마리나베이샌즈 덕분에 더 활발히 시작하게 된 것이기도 해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시작부터 마이스산업을 염두에 두고 마리나베이샌즈를 건설함으로써 600개 이상의 이벤트들이 새롭게 열려 마이스 도시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시설 장점은

△전부 큰 규모를 앞세우지만, 우리는 크기와 더불어 유연성을 내세울 수 있다. 다른 호텔이나 전시시설은 한 가지 큰 행사를 하면 다른 소규모 행사들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리나베이샌즈의 경우 큰 이벤트 한 개와 작은 이벤트 10개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갖춰져 있어 강점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행사를 치러내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만족시키기 때문에 재방문하는 이벤트 비율이 34%에 이를 정도로 높다.

-마이스산업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인데 대비책은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마이스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면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공항을 포함한 인프라 등을 조성함으로써 기업을 유치해 금융의 중심지로도 자리 잡았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스업계가 싱가포르 관광청 등 정부부처와 끊임없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해 변화에 대처해나가고 있다. 특히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박람회·전시·국제회의 등을 유치함으로써 개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정보와 인적자원들이 싱가포르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