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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17) 바다생물 위협하는 해양 쓰레기

바다에 버려진 ‘비양심 조각’ … 바닷속 생명이 병든다

최근 구조된 거북이·돌고래 배 속 플라스틱·비닐 등 쓰레기 발견돼

기사입력 : 2018-06-21 22:00:00

지난 4일 태국 동부 짠타부리 주(州) 해변에 녹색 거북이 한 마리가 떠밀려 왔다. 태국 해양해변자원조사개발센터는 거북이의 뱃속에 플라스틱과 고무밴드, 풍선 조각 등 각종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밝혔다. 태국 해양해변자원조사개발센터 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변에 떠밀려온 거북이들의 약 10%가 플라스틱을 삼켰거나 해양 쓰레기 접촉으로 감염됐지만, 올해는 이 비중이 50%가량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역시나 태국 해변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다 나흘 만에 숨진 돌고래의 배 속에서는 비닐봉지가 80여 장이나 나오기도 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해양생물들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육지의 삶만 있을 뿐 해양쓰레기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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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구 속천항에서 어민들이 그물에 걸린 쓰레기를 끌어올리고 있다./경남신문DB/


▲해양쓰레기란?= 해양쓰레기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제조, 가공한 것으로 바다에 버려진 모든 고형 물질’을 말한다. 인간이 제조, 가공한 것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광물 등은 제외되고, 고형 물질로 한정되므로 유류 등 액상 오염 물질도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쓰레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어떤 범위까지 ‘고형’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양환경관리법에서는 해양쓰레기라는 말 대신 ‘폐기물’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여기에서 ‘폐기물’은 ‘해양에 배출되는 경우 그 상태로는 쓸 수 없게 되는 물질로서 해양환경에 해로운 결과를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기름이나 유해 액체물질, 포장 유해 물질은 제외하고 있지만 자연물이 제외되는지는 분명히 하고 있지 않다.

▲해양쓰레기, 어디에서 오는가?= 해양쓰레기는 모든 인간활동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발생원을 구분해 육상 기인과 해상 기인으로 나눈다. 육상 기인의 경우 육지에 버려진 쓰레기, 혹은 방치된 물건들이 비 바람 등에 의해 바다로 들어온 것을 말한다. 주로 폭우, 홍수에 의해 휩쓸려 바다로 들어간다. 연안지역 주민이나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는 경우도 육상 기인 쓰레기다. 해상 기인의 경우 해상 활동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다. 어업, 양식, 낚시, 해양레저 등 활동에서 생긴 부산물과 쓰레기들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고 바다로 들어간 경우와 여객선, 화물선 등 선박의 운항이나 해양시설에서 버려지거나 유실된 것들이 바다로 들어가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해양쓰레기의 피해는 해변 경관 훼손, 수산 자원 서식지 파괴 및 질 저하, 야생동물 생명 위협, 선박 운항 장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일어난다. 하지만 이들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한 가지 피해가 여러 측면으로 복합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와 영향에 대한 평가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 2013년 야생동물 피해사례 분석을 통해 보호종들을 위협하는 해양쓰레기 주범은 레저용 낚싯바늘과 낚싯줄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 해양쓰레기로 인한 선박 운항 장애사례, 폐그물로 인한 저서 생태계 파괴 등의 사례가 보고된 것 정도가 전부로, 체계적인 연구와 실태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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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 얼마나 발생하는가?= 2016년 8월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전국 해안쓰레기 현존량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연안 해안쓰레기 일제조사를 진행했다. 일제조사는 우리나라 육지부 자연해안 3770㎞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육지부 자연해안의 쓰레기 현존량은 41만ℓ였다. 아울러 서해 18곳, 남해 12곳, 동해 10곳 등 40개 해안가의 쓰레기를 수거 조사했다. 수거된 쓰레기 총량은 6만8421개, 1만1836㎏, 6만5404ℓ였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각각 56.5%와 14.4%로, 합치면 70.9%로 두 항목이 압도적인 양을 차지했다. 여기에는 페트병과 병뚜껑 등도 포함된다. 외국에서 해류를 통해 흘러들어온 외국 기인 쓰레기도 상당량을 차지했다.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페트병, 플라스틱 부표였다. 외국 기인 쓰레기는 제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고, 신안과 진도, 해남 등에서 대거 발견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온 쓰레기가 96%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일본이 1%, 기타 3%로 이와 같은 경향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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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지난 4일 ‘범도민 쓰레기 줍기 대회’를 열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발생원을 관리하자= 해양수산부는 해양쓰레기 발생을 막는 우선 과제를 발생원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고 다양한 시책을 강구해 실행하고 있다. 먼저 가장 많이 발견되는 해양쓰레기인 폐스티로폼 부표를 관리하는 제도가 있다. 2016년부터 ‘폐스티로폼 부표 통합관리 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해 양식 어업인이 부표를 육상으로 되가져와 지자체의 감용장 등 처리 시설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고밀도·친환경 부표 보급 지원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아울러 폐스티로품을 지자체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감용기 보급도 진행한다. 하천·하구 쓰레기 해양 유입을 사전에 관리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장마철 이전에 하천 상류 및 상수원 일대의 임목을 수거하고 숲 가꾸기 부산물 수거, 생활쓰레기 정화, 유입통로에 차단막 설치, 집중호우 시 하구지역 쓰레기 집중 수거 등이 그 내용이다. 이외에도 분해성 어구 보급 사업과, 해양쓰레기 선상 집하장 설치와 운영도 해양쓰레기 발생 사전 관리를 위해 시행 중인 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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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지난 4일 ‘범도민 쓰레기 줍기 대회’를 열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바다를 깨끗이, 당신도 참여하세요= 해양수산부는 바다의 날인 5월 31일을 전후해 ‘범국민 해양쓰레기 일제 정화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양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공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올해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제23회 바다의 날’을 기념해 ‘범도민 쓰레기 줍기 대회’를 여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 창원 마산가포해안변 공원 주변 바닷가 1.6㎞ 구간에 방치돼 있는 쓰레기를 각 팀별로 수거, 가장 많은 쓰레기를 모은 입상팀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민간단체와 기업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시민 200여명, 40개 팀이 참가했다.

마산해수청은 “대회 형식을 빌려 쓰레기 수거에 재미를 더하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어 참가자들의 흥미를 북돋았던 것 같다”며 “우리 지역의 바다는 지역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이 같은 취지의 행사를 주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참고자료 = 2017 해양쓰레기 관리 연차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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