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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에선 1인자 JP…"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기사입력 : 2018-06-23 18:40:15

향년 92세를 일기로 23일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오랜 정치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 나는 표현들을 적절히 구사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자연스레 능변가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김 전 총리는 정치판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풍부한 은유와 비유, 고사성어를 이용한 간접화법을 이용해 정치상황이나 자신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촌철살인'에 능했다.

다음은 생전에 고인이 남긴 주요 어록.

▲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시키겠다(1963년. 일본과의 비밀협상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납니다(1963.2.25. 4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외유에 나서면서)

▲ 파국 직전의 조국을 구하고 조국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5·16 혁명과 1963년 공화당 창당이라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됐다(1987년 저서 '새 역사의 고동')

▲ 5·16이 형님이고 5·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1987.11.3. 관훈토론회)

▲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노태우 정부 시절에 한 말)

▲ 역사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진다. 5·16은 역사 발전의 토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를 일으킨 사람이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그 계승자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은 그 전환에 해당된다(1993.5.16. 5·16 민족상 시상식)

▲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1995.1.1. 민자당 대표시절 민주계의 대표퇴진론을 거론하는 세배객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덕담하자)

▲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1995.6.13. 지방선거 천안역 지원유세)

▲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트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그냥 거기서 배우는 것이다(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해)

▲ 요즘 세대교체를 자꾸 말하는데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는 74세에 총리가 돼 4차 중동전을 승리로 이끌었다(1996.5.18. 대구 신명여고 강연)

▲ 줄탁동기(1997년 자신의 대선 후원조직인 민족중흥회 회보에 사용한 신년휘호로 중국 송나라 선종의 대표적 전적인 벽암록에 나오는 글귀. 병아리가 건강하게 부화하고자 알 속에서 두드려 나갈 때가 됐음을 알리고 어미닭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밖에서 알을 쪼아 껍데기를 깨줘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시기가 적절히 맞아야 한다는 뜻으로 당시 대선 정국에서 적절한 시기의 결단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옴)

▲ 내가 제일 보기 싫은 것은 타다 남은 장작이다. 나는 완전히 연소해 재가 되고 싶다(1997.5.29. 자민련 중앙위원회 운영위)

▲ 이인제 후보가 우리를 늙었다고 하는데 나와 함께 씨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결코 이 후보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젊다(1997.12.3. 충북 괴산 정당연설회에서)

▲ 서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슬금슬금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1998.6.27. 총리 서리 당시 '서리' 꼬리가 언제 덜어질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 시인 프로스트가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있다'고 한 것처럼 저도 앞으로 가야 할 몇 마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겠다(1998.10.16. 동의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특강)

▲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총리의 위치라는 게, 아무리 공동정권이라지만 '델리키트'하다(1998.10.25. 총리가 안다고 앞장서거나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 봉분 같은 것은 필요 없고 '국무총리를 지냈고 조국 근대화에 힘썼다'고 쓴 비석 하나면 족하다(1998.11.18. MBC 시사매거진 인터뷰)

▲ 미리 왕성한 상상력과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보를 좁히거나 의지를 약화시키는 일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때를 맞춰야 하고 그러고도 안 될 때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1998.12.15. 김대중 대통령의 내각제 약속 불이행 우려 관련 자민련 중앙위원회 연수에서)

▲ 백날을 물어봐, 내가 대답하나(2000.5.2. 일주일만에 당사에 출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다(2001.1.9.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4·13 총선 때 자신을 '서산에 지는 해'로 표현한 것을 두고)

▲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2004.4.19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못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오늘날 사람답게 사는 것은 박 대통령이 기반을 굳건히 다져 그 위에서 마음대로 떠들고 춤추고 있는 것이라고(2005.10.28. 박정희 전 대통령 26주기 추도식)

▲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2011.1.6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 민주주의와 자유도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으면 있을 수 없다.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나.(2013.12.10 운정회 창립총회에서)

▲ 국민에게 나눠주는 게 정치인의 희생정신이다.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그러면 교도소밖에 갈 일이 없다.(2015.2.23 부인 박영옥 여사의 장례 사흘째 빈소에서 조문객과 만나)

▲ 미운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있다가 편안히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다. 대통령하면 뭐하나. 다 거품같은거지. (2015.2.23 부인 박영옥 여사의 장례 사흘째 빈소에서 조문객과 만나)

▲ 애석하기 짝이 없어. 신념의 지도자로서 국민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분이야.(2015.11.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 죽어도 안 한다. 누가 뭐라도 해도 소용 없다. 5천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다.(2016.11.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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