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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마이스, 이제는 도약할 때 (6) 경남 마이스, 도약의 과제는

경남 육성·미래산업과 연계해 민·관 함께 발전시켜야

기사입력 : 2018-06-28 22:00:00

9년 전인 2009년 경남은 ‘더블 텐(Double 10)’ 유치를 기뻐했다. 2008년 제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2011년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도 유치를 확정지어 잇달아 의미있는 ‘10주년’ 국제회의를 열게 된 것이다. 람사르총회 때 약 2300명이,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때 3000명이 창원을 찾았다.

두 회의 덕분에 창원은 국내외에 ‘환경수도’, ‘국제회의도시’로서의 이미지가 확고해졌고, 국내 마이스 산업 분야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도내에 비중있는 행사를 치러냈다는 도민들의 자존감도 생겼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국내외 모두 전시컨벤션 인프라를 잘 갖춘 도시들이 늘어나며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그때보다 마이스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정책적 전략, 의지, 고민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존 주력산업들의 재부흥기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마이스 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어떤 과제가 남았을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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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0차 총회 모습./경남신문DB/


◆마이스산업의 필요성 인식

“무조건 마이스=관광은 아니에요. 기존의 주력산업을 강화하거나 재편할 늘 필요한 카드지요.”

마이스 전문가들은 아직 도민들이 낯설게 느끼는 마이스산업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마이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스가 관광객을 모으는 측면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마이스를 기본적으로 고려하기보다 여력이 가능했을 때 추가하거나, 주력산업이 어려울 때 시도해보는 산업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관광도 마이스가 낼 수 있는 가치 창출의 한 종류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주력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다.

도내 한 마이스 전문가는 “사람이 모여 돈을 쓰는 관광 측면만 마이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기술과 정보를 가진 이들을 불러들여 지식을 나눔으로써 주력산업을 더욱 키우는 지원산업이 마이스임을 알아야 한다. 주력산업이 잘 될 때는 사람을 모아 더욱 기술 경쟁력을 높여 차별화를 꾀하고, 지금처럼 조선·기계 등 주력산업이 어려울 때는 이를 타개할 기술 경쟁력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산업간 융·복합을 일궈내면서 대안을 찾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며 “잘 될 때 마이스 산업을 찔끔 키우고, 어려울 때는 여력이 없어 못 한다고 생각하면 마이스산업이 지속적으로 산업규모에 맞게 성장하기 힘들다. 행사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고 일부 적자를 보더라도 우리 산업 발전에 필요하면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남과 같이 주력산업이 있고, 자연환경과 이야기가 풍부한 지역에서 이토록 마이스 실적이 저조해진 것은 그간 어디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산업과 마이스를 연결시키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취임하는 이 시점부터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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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랜 설계와 인프라 구축

마이스는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신규 육성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낼 수 있지만 도단위에서 주력 산업과 연계한 전체적 계획 수립이 없어 산업육성은 산업육성대로, 마이스는 개별 행사로 남겨진다는 것도 지적됐다. 기간별 마이스산업 육성방안을 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행 중인 경남의 육성사업·미래 산업과 연계시킬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도내 각 지역별 주력산업을 쓰고, 각 분야 산업발달을 위해 마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과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계한다면 현재 도나 시에서 산업별로 부족한 기술 혹은 하드웨어를 마이스 행사를 통해 채워넣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유기적 관계에 있지 못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마이스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나노융합산업 등 과학정보기술이 필수적인 첨단산업들은 더욱더 기술인력들을 끌어들여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마이스를 큰 그림으로 함께 보는 마스터플랜 설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플랜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교통·숙박·전시컨벤션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우선순위에 올려둬야 할 부분이다. 공항이 외곽에 위치한 데다 세코가 증축을 했지만 여전히 전시컨벤션공간도 크게 넓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유치하는 데 있어 단점이 돼 왔기 때문. 뿐만 아니라 이들이 와서 즐길 관광지도 확충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컨트롤타워의 설치

경남 마이스 관련 기관들의 조직은 복잡한 편이다. 세코 건립·운영주체가 경남도와 창원시로 2곳이고, 도와 창원시가 마이스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도 서로 달라 협조가 쉽지 않으며, 부서간의 알력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회의 유치전담기구인 컨벤션뷰로 또한 독립적 운영이 쉽지 않다. 또한 경남개발공사 산하에는 관광사업본부가 따로 존재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마이스산업을 이끌어갈 주체를 명확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역량에 마이스 산업을 의존할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마이스 산업 전반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컨벤션뷰로와 관광팀, 컨벤션센터 등이 모두 들어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인천관광공사와 같은 사례를 경남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지 검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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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남컨벤션뷰로가 중국 북경에서 열린 인센티브 로드쇼에 참가, 바이어 미팅을 하고 있다. /경남컨벤션뷰로/


◆마이스 인력양성과 소통

“정말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쓰러져가고 있어요.”

도내 마이스 관련 업체들의 이야기다. 주관 전시회를 하나 개최해 지명도를 얻기 위해서는 초기 자본이 필요한데, 그 몇 년을 기다릴 수 없어 대부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전시·박람회를 대행하는 형식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민간 전시·컨벤션기획사가 역량있는 회사로 클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특히 지원을 이유로 지자체에서 행사에 관여하는 것이 많아 전시컨벤션 콘텐츠에 집중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더욱 사정이 나빠졌다고 말한다.

도내 마이스업계 한 종사자는 “지원을 받고 있으니, 마이스 발전을 위해서 꼭 건의하고 지적해야 할 내용이어도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거의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내에는 더욱이 마이스 관련 학과도 없다. 호텔, 관광학과뿐이어서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업계를 지원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통 또한 중요하다. 도내 한 마이스 관계자는 “마이스 소통의 장을 열어 경남 마이스 종사자들이 모두 모여 마이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다”며 “세코 운영의 공과를 살피는 등 경남 마이스를 돌아보고 백서를 펴내는 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관기관끼리의 협의회가 있지만 속을 터놓고 마이스산업 발전을 위해 다같이 모인 적이 없다. 민간에서 더욱 필요성을 느껴 먼저 경남마이스 얼라이언스를 만들었으나, 생업에 매달리다 보니 지속성을 가지기 힘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남 마이스 얼라이언스에 관을 포함시켜 경남도의 마이스를 돌아보고 진단하는 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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