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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상징색 그 이상의 것을 보고 싶다-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18-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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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당나귀는 미국에서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코끼리와 당나귀는 1830년대 무렵부터 미국 신문들의 만평에 자주 등장했다. 정치인들도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동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치인 등을 풍자하는 데 사용된 이들 동물은 1870년대에 들어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위엄 있고 강인한 이미지의 코끼리와 평범한 듯하면서도 영리하고 용기 있는 당나귀의 이미지가 각 정당과 그 정당 소속의 정치인들에게 덧씌워졌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은 여러 면에서 갈리고 또 지지층도 다르다. 그러나 19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두 정당 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이러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둘 다 보수정당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일부 학자는 공화당은 코끼리를, 민주당은 당나귀를 상징동물로 쓰는 정당일 뿐이라며 그 차이를 평가절하한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공화당은 한국의 자유한국당과 같은 빨간색을, 미국의 민주당은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쓰고 있다. 두 나라의 색깔 코드가 얼추 맞춰진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빨강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그 전신인 새누리당 때부터다. 지난 2012년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상징색도 빨간색으로 바꿨다. 빨강을 채택한 것은 자유를 향한 강한 열망과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빨강은 노동자들의 노동쟁의 현장이나 시국 관련 집회를 장식하던 색깔이었다. 그래서 노동쟁의에 나선 노동자들이나 시국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낙인을 찍으려는 시도도 잦았다. 그런 빨강을 반백년 이상 정통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정당이 상징색으로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보다 2년 뒤인 2014년,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 당명을 개명하면서 상징색도 민주당 계보의 색깔이었던 노랑을 버리고 파랑을 가져왔다. 파랑은 신뢰와 희망, 진취성, 미래를 상징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이 색깔은 자유한국당 계보의 한나라당이 쓰던 그 색깔이다.

국회의사당에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정당이 상징색을 맞바꾸는 것을 볼 때 어안이 벙벙해진 것은 물론이다.

그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상징색으로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을 쓴다는 사실 외에 두 정당이 뚜렷이 구분되는 그 무엇이 있는가. 당나귀와 코끼리를 상징동물로 하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별성이 정말 있기는 하느냐 하는 질문과 거의 겹친다.

빨갛게 보이던 경남도청 현관에 걸린 현판이 1일부터 파랗게 보이고 있다. 빨간 바탕에 ‘당당한 경남시대’라는 흰 글자가 새겨져 있던 것이 하얀 바탕에 ‘완전히 새로운 경남’이라는 파란 글자가 새겨진 현판으로 교체됐다. 지방정부가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현판이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게 있다. 정말 현판 색깔이 바뀐 것 이상으로 경남의 도정이 바뀔 것인가 하는 의문 말이다. 출발선에서는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답이 김경수 도지사 임기 내내 유효하지 않다면, 지방권력의 교체가 현판 색깔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도민들은 4년 뒤 이를 냉철하게 분간해 낼 것이다.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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