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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76)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46

“장사가 너무 안돼요”

기사입력 : 2018-07-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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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가 하늘을 쳐다보자 잿빛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보였다.

“아.”

김진호는 탄성을 내뱉었다. 몇 년 만에 처음 보는 달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랫동안 하늘을 쳐다본 일이 없는 것 같았다. 불광천을 걷다가 길가에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데 인테리어가 뜻밖에 심플하고 모던했다.

젊은 남자가 주인 겸 종업원인데 손님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모두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호프집 분위기가 좋았다.

“뭐 마실래요?”

“생맥주요. 후라이드하고.”

호프집이라 치킨과 맥주를 주문했다. 홍인숙은 맥주를 마시면서 대한민국은 풍요로운 것 같으면서도 빈곤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풍요 속의 빈곤으로 의료보험료, 연금, 통신요금을 비롯해 공과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조금만 연체가 되어도 통장을 압류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이 세계에서 가장 잘되어 있기는 하지만 부자들이 너무 적게 내고 있다고도 했다.

개인사업자의 연금수령액이 직장인들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도 문제라고 했다. 30년 동안 연금을 내도 개인사업자는 직장인의 절반도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홍인숙은 불평불만이 많다. 많은 한국인들이 불만스럽게 살고 있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게 몇 가지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건강보험과 인천공항 등이죠. 그런데 건강보험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있고 인천공항을 민영화시키려고 해요. 그런 사람들은 매국노인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어요?”

김진호가 맥주를 마시면서 물었다.

“아니요. 왜요?”

“화를 많이 내는 것 같아서.”

“장사가 너무 안돼요.”

홍인숙이 웃으면서 맥주를 마셨다. 김진호도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갑질은 어때요?”

“대기업이요?”

“예. 신문 보니까 재벌기업이 회장에서부터 아내, 딸, 아들 일가가 모두 갑질을 했더군요. 게다가 관세법을 위반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구속되지 않더라고요. 수사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웃기고, 영장은 증거인멸이 없다고 기각하네요. 돈으로 매수를 하여 합의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증거인멸이 아닌가요?”

“뇌물 먹었을까요?”

“모르지요. 뇌물을 먹었는지 법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지.”

김진호는 씁쓸했다.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갑질이 많았던 것 같아요. 교회 다니는 여자가 직원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붓고 감시를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왜 그러죠?”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