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고혈압약에 발암물질’ 경남도내 환자 문의 빗발

식약처, 중국산 고혈압약 판매중지

병원·약국에 오전부터 전화 폭주

현장 대응 매뉴얼 없어 혼선 가중

기사입력 : 2018-07-09 22:00:00

식약처가 발암 유발 물질이 포함된 고혈압약에 대해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가운데 경남지역 병·의원과 약국에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고혈압약 원료 가운데 중국 ‘제지앙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Valsartan)에 발암 유발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 (NDMA)’이 불순물로 포함된 것으로 확인함에 따라 해당 원료가 사용된 의약품에 대해 잠정 판매금지 및 사용중지했다.

메인이미지
9일 오후 창원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외래진료실에 식약처의 고혈압약 판매 중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전강용 기자/


◆아침부터 병의원 약국 문의 폭주= 9일 오전 경남지역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이 식약처의 판매·제조 중지 의약품 목록에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문의가 폭주했다.

창원시 성산구 소재 A종합병원 내과에는 문을 열자마자 고혈압 환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수납접수 창구의 한 간호사는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복용약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화가 계속됐다”며 “환자 이름을 확인 후 담당의사에게 문의해서 다시 연락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김해시 부원동의 B약국에는 오전부터 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 약국 관계자는 “고령의 환자들이 많아 식약처가 발표한 의약품 목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해당 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개별 통보하고 안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창원과 김해 일대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시간대 환자들의 문의가 몰렸다. 이는 식약처의 발표가 토요일(7일) 이뤄지면서 환자들이 주말 내내 병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약품을 처방한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새로운 처방전을 통해 약품을 교환해줬고, 해당 약품을 처방하지 않은 병원에서는 내부에 해당 고혈압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여놓기도 했다.

◆현장 대응 매뉴얼 없어 혼선 가중= 도내 의료기관 등 현장에서는 이번 식약처의 발표가 현장의 대응 매뉴얼 없이 진행돼 이 같은 혼선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허가된 고혈압 치료제는 2690개이며 이 가운데 문제가 된 약품은 128개에 그친다. 그러나 명확한 사후지침이 없이 문제 의약품 목록이 발표되면서 도내 고혈압 환자 대다수가 불안에 떨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도내 고혈압 환자는 37만명이 넘는다.

경남도의사회 최성근 회장은 “정부가 병원이나 약국에 명확한 지침이 없이 발표하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환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의사협회와의 협의 등을 통해 현장의 대응 매뉴얼을 명확하게 한 뒤 국민들에게 발표했으면 혼선이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에 따른 책임공방= 논란이 커지면서 해당 약품을 장기 복용한 환자들에 대한 책임 공방도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미 처방·유통된 고혈압제의 회수 문제를 해결하고, 허가에 따른 책임 및 보상을 촉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가 고령으로 식약처의 판매중지 목록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방 병원을 공개하고, 장기 복용 환자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5년 동안 암유발 약을 먹고 있었다. 약을 만들 때 당연히 성분조사 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해당 약을 복용한 모든 사람들에게 암검사 등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관련 제품 목록 등 자세한 사항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나 이지드럭(ezdrug.mfds.go.kr), 식약처 대표 블로그(blog.naver.com/kfdazzang), 페이스북(www.facebook.com/mfd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고운·박기원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박기원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