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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향년(享年)과 수(壽)를 구분해서 쓰자- 김영진(사천향교 교화수석장의)

기사입력 : 2018-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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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김종필 전 총리의 별세를 알리는 모든 언론매체에 ‘향년 92세’라고 보도하였는데, 이는 ‘수(壽) 92세’로 표현함이 더 적절할 것이다.

향년(享年)이란 ‘죽은 사람의 한평생 살아서 누린 나이’를 이르는 말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사람의 죽은 나이에 따라 그 표현하는 방법을 세 개의 영역으로 분류해서 구분하고 있으며, 특히 보학(譜學·족보에 관한 연구 학문)에서는 이를 엄격히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즉 20세 이전에 죽으면 요절(夭折) 또는 조요(早夭), 20세 이상 70세 이전에 죽으면 향년(享年), 70세 이후 죽으면 수(壽)라고 달리 호칭하고 있다.

구분 연령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찾을 수 없으나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通過儀禮)에 의하면 혼기에 이른 여자의 나이를 15세, 남자의 나이를 20세로 기준했다.

따라서 남녀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혼인을 하지 못하면 여자는 계례(禮)를, 남자는 관례(冠禮)를 치러 줌으로써 성인으로 인정한 연령이었으므로 성인으로 성장하기 전 어린(夭) 나이에 죽었으니 ‘요절’의 기준 연령이 남자를 기준하면 20세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향년(享年)과 수(壽)의 기준이 70인 것은 이 일흔의 나이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에 ‘사람은 예로부터 70세까지 살기가 희박한 일이다’라고 하여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줄여 ‘고희(古稀)’라 하였고, 이 나이가 되면 전중(傳重)이라 하여 조상의 제사를 자손에게 전해 지내게 하고 각종 길흉사와 제반 행사에 참석하지 아니하여도 하등의 허물이 되지 않는 나이라고 했다.

공자는 종심(從心)이라 하여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 했다.

수(壽)의 자해(字解)를 보면 수수, 나이, 목숨 외에 수할 수, 장수(長壽)할 수가 있고 용례로 수강(壽康 건강하며 장수하다). 수개(壽豈 장수하며 화락하다), 수고(壽考) 등 모두가 오래 삶을 나타내는 한자어이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임금이 원로 신하에게 장수를 축원하는 기로연(耆老宴)을 베풀어 예우한 나이도 모두 일흔 살이 기준 연령이었다.

물론 유아 사망률이 높고 평균수명이 낮았던 과거엔 70세 이상 살면 대단한 장수로 천수를 다 누렸다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100세 인생이 도래하는 시대에는 70세의 가준 연령 적용이 다소 무리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호칭만은 일흔 살 이상 살다 절명한 사람은 ‘향년’보다는 ‘수(壽)’로 구분해서 쓰면 장수의 분별도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잊혀져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도 보존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김영진 (사천향교 교화수석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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