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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宣言)문화의 확산-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기사입력 : 2018-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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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 이후 정계에서는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하루가 멀다하지 않고 하고 있다. 선언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그중 하나는 무엇인가를 잊지 않기 위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알리는 것이다. 전자는 양심적인 약속보다는 구속력이 강하고 법적인 제약보다는 구속력이 약한 반자율·반강제의 선언인데 비해, 후자는 아주 냉철하게 자기가 자신에게 구속력을 가하는 자율과 양심의 선언이다.

이번 6·13지방선거의 책임을 두고 다음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일종의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이 선언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선언의 본질이 다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치 사람 마음속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들은 진정한 양심의 선언이길 바랄 뿐이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각계각층에서 자성의 소리가 높고, 기업이나 공무원들도 청렴의 의무를 다지고 있다. 비리나 부정, 즉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깊은 마음속의 일이기에 외부에서 제재하기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양심선언을 한다고 해도 그것에서 받는 물리적 구속력은 검증할 길이 없다. 우리는 각종 선언의 붐이 양심을 전환시키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 깊이 깨우침을 주는 그런 양심적인 선언이길 바라는 뜻에서 심정적인 문제를 제기해 본다.

우리들은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나를 너무 많이 의식하고 그곳에 가치를 더 두는 것 같다. 나의 본질을 추구하며 살기보다 남의 판단에 좌우되는 타인 지향의 일상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남이 보지 않거나 남이 모르면 부정이나 양심을 속이는 사람이 많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각종 선언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되겠구나’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남이 의식하건 말건, 알건 모르건, 남과는 절연된 순수한 나의 양심에 부끄럼 없는 선언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의 부정이나 부당한 행위나 갑질 등 일거수일 투족을 국민들은 어느 정도 감지를 하고 대충의 정보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파국에 책임을 지고 양심선언을 하며 극단적인 선택도 하고 있는데, 어떤 정당이나 단체에서는 강 건너 불 보듯이 ‘우리는 해당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곳도 많다.

지금 정계에 일고 있는 선언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기회에 우리 사회의 구태의연한 적폐를 씻어내고, 획기적인 선언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고 있다. 선언 문화는 정치·사회의 지도자급에서 먼저 국가를 위하고, 후배나 후손을 위하는 마음으로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성공할 것이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