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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진전 거락계곡, 무법 피서에 ‘몸살’

계곡 앞 450m 도로 양옆 차량 점령… 농기계 창고·주택 앞에도 주차

피서객들 곳곳에 쓰레기더미 버려 마을 주민 “농작물 피해·악취” 불만

기사입력 : 2018-07-15 22:00:00

“○○ 차주 계십니까? 차 좀 빼주세요. 어디 계세요?”

폭염이 찾아온 15일 낮 1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고사리 거락계곡.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4명이 수백명의 인파가 피서를 즐기고 있는 길이 300여m에 이르는 계곡 일대에서 20여분 넘게 차량 운전자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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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거락마을 일대 도로가 피서객들이 타고 온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성승건 기자/


현장에서 만난 경찰은 “피서객이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곡각지에 주차를 해놓는 바람에 시내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출동했다”며 “전화기는 꺼져 있고, 방송을 통해 아무리 불러도 차주가 나타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계곡 아래까지 다녀오는 길인데 결국 못 찾았다”며 “물이 맑고 또 깊지 않아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이지만 주변에 마땅히 주차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해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거락계곡 바로 옆 왕복 2차로인 1029번 지방도에는 약 400대의 차량(경찰 추산)이 도로 450m 구간 양옆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창원시에서 파견한 주차단속요원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진입로 입구와 곡각지에 주차를 못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계곡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이라면 상점과 주택 앞은 물론 농기계가 출입하는 창고 앞, 마을 진입로까지 피서객들의 차량이 들어서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논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안모(65·여)씨는 “논 옆에 항시 주차를 해놓다 보니 농사에도 방해되고, 하루에도 수백명이 논두렁을 밟고 지나가면서 농작물 피해도 있다”고 말했다.

피서객들이 계곡 인근에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주민들의 원성의 대상이다. 주민 김모(55)씨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마다 면사무소에서 쓰레기를 수거해가지만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계곡 입구를 비롯 마을 5곳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적힌 노란색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취재진이 살펴본 도로에는 피서객들이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음식물 쓰레기더미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파리가 들끓었다.

주민 안모씨는 “주민들이 직접 피서객들에게 쓰레기 봉투를 전달하며 ‘제발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읍소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본지 취재진이 각각 찾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감천, 김해시 대청계곡 인근 도로에서도 피서객들의 차량이 도로 양옆을 차지하는 등 거락계곡과 사정이 비슷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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