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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8 통영연극예술축제 개막작 ‘통제영의 바람’

아이들 눈으로 본 충무공 일대기

순수·발랄함으로 감동·여운 선사

기사입력 : 2018-07-15 22:00:00


“과거의 유물들은 그대로 잊히면 고물이 되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주면 그건 지금의 보물이 된단다.”

지난 1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18 통영연극예술축제의 개막작 ‘통제영의 바람(연출 제상아)’은 통영 연극의 미래와 통영연극예술축제의 나아갈 지향점을 제시하는 무대였다.

이순신, 수군, 백성 등을 연기한 40여 명의 통영광도초등학교 연극동아리 학생들은 순수함과 발랄함으로 개막작에 대한 부담감과 관객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연기 과정에서 발음, 음정 등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어설픔은 관객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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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통영연극예술축제 개막작 ‘통제영의 바람’ 공연 모습.


‘통제영의 바람’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중 한 부분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아이들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국난 극복을 위해 고민하는 이순신 장군과 이를 슬기롭게 해결해가는 과정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은 삼도수군통제영으로 현장학습을 온 건영이와 친구들이 장난을 치다 청소부 할아버지에게 잡혀 혼이 나고, 통제영에 숨겨진 3가지 보물을 찾으면 용서해 주겠다고 약속하는데 이 과정에서 임진왜란이 발생한 과거로 돌아가는 설정이다.

천둥 번개 소리와 함께 거북선이 첫 출정한 사천해전의 수군으로 변한 아이들은 ‘진격하라’는 장군의 명에 따라 열심히 노를 젓고, 화포를 쏘며, 적과 칼을 겨누기도 한다.

또 아이들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걱정하는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 아이들은 적의 총탄에 맞은 이순신 장군이 “오늘을 잊지 말거라.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다오. 나는 늘 이곳에 있겠다. 백성들의 곁에 있을 것이다”는 말을 남기자 오열하기도 한다.

3가지 보물 ‘거북선’, ‘난중일기’, ‘총탄’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집약한 개막작 ‘통제영의 바람’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겼다. 통영연극예술축제의 개막작은 화려하고 작품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의 순수함으로만으로도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역의 한 연출가는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통영의 미래, 통영연극예술축제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며 “아이들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작품이 가진 의미와 가치가 더 훌룡했다”고 평했다.

제상아 연출가는 “이순신, 박경리, 윤이상 등 통영의 콘텐츠를 활용한 통영만이 가진, 통영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것이 통영연극예술축제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통영연극예술축제는 기존의 백화점 나열식의 축제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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