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382)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52

“잘 나왔다. 애들이 예뻐”

기사입력 : 2018-07-18 07:00:00
메인이미지


산사가 김진호의 무릎에 앉았다. 김진호는 두 팔로 산사를 안았다. 산사에게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잘 나왔다. 애들이 예뻐.”

산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마우스를 조작했다.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시언이와 준희의 사진 수백 장이 지나갔다. 확실히 시언이와 준희는 카메라가 잘 받았다.

“애들이 항상 밝은 표정을 지어서 그래.”

김진호는 산사의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엄마가 항상 웃고 살잖아? 엄마는 찻잎을 따면서도 항상 노래를 불렀어.”

산사의 어머니는 언제나 웃는 표정을 짓는다. 산사의 고향은 차를 재배하는데 여자들 대부분이 찻잎 따는 일을 했다. 산사도 김진호를 만나지 않았다면 고향의 남자와 결혼하여 찻잎을 땄을지도 모른다.

“내일은 뭘 할 거야?”

“회사는 쉬어도 직영점을 돌아봐야지.”

“일찍 들어오겠네.”

“응, 산사는?”

“나는 엄마하고 애들 데리고 자금성 구경 가려고 그래. 갔다가 와도 되지?”

“그럼.”

김진호는 산사가 북경의 고궁에 가는 것을 허락했다. 이튿날 아침 김진호는 회사에 나갔다가 직영점을 돌아보았다. 일요일이지만 직영점은 쉴 수가 없었다. 대신 직영점 직원들은 교대로 쉬게 했다. 일요일인데도 직영점에는 하이틴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케이랜드에 대한 반응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았다.

‘장사가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김진호는 하이틴을 대상으로 한 의류 사업이 성공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유행은 2, 3년밖에 가지 않고 사업이 조금만 잘 되면 모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다투어 하이틴 의류 사업에 뛰어들 것이다.

‘여성의류를 고급화해야 돼.’

사업은 다각화해야 하는 것이다. 성인 여성의류도 생산해야 하고 남성의류도 생산해야 한다. 스포츠의류와 아웃도어도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은 체인점을 북경 일대에서 성공시키고 중국 일대에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일요일인데 뭘하고 있어요?”

등려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을 보자 벌써 점심 시간이 지나 있었다.

“푹 잤어요. 이제 일어나 커피를 마시려는 참이에요.”

등려화가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밤에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교외로 드라이브하러 갈까요?”

기차를 타고 북경을 떠났다가 해지기 전에 돌아올 수도 있다.

“좋지요. 기다릴게 집으로 올래요.”

“알았어요.”

김진호는 택시를 타고 등려화의 집으로 갔다. 그의 차는 산사가 끌고 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