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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개문냉방’ 버젓이… 손 놓은 지자체

김해·창원 상가 1·2층 점포 상당수

“무더위 속 매출 탓에 어쩔 수 없어”

기사입력 : 2018-07-18 22:00:00

“이 더운 날씨에 문 안 열면 손님이 들어옵니까? 그럼 장사 못합니다 진짜.”

폭염으로 김해의 수은주가 36도 가까이 치솟은 18일 오후 1시. 부원동의 한 복합쇼핑몰은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는 시민들로 붐볐고 문이 열린 점포에서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왔다. 대부분의 점포에서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이른바 ‘개문냉방’을 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현황을 살펴보니 영업을 하고 있는 1층 점포 28곳 가운데 16곳이 개문냉방을 하고 있었다. 2층은 33곳의 절반 이상인 17곳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규모 의류매장과 잡화점이 주를 이뤘고 은행, 커피숍 등도 있었다.

한 옷 가게 점주는 “문을 닫아 놓으면 이 더운 날 손님이 들어와 보지도 않는다”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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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1시께 문을 연 채 냉방을 하고 있는 김해시의 한 복합쇼핑몰 점포에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박기원 기자/


같은 시각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한 상가 1층에도 점포 절반가량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의류 잡화점, 인형뽑기방, 과자가게 등의 경우 대다수가 에어컨을 작동시킨 채 문을 열어 두고 손님을 맞았다. 문을 열어 두고 영업 중인 한 신발 매장 직원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해보기도 했는데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문을 열고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개문냉방 매장을 선호한다. 이모(36·김해시 내동)씨는 “문을 열어놓으면 지나갈 때 시원함을 느끼고 얼른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외부와 출입문이 접한 점포나 상가 등에서 문을 열고 에어컨을 트는 개문냉방은 불법이다. 그러나 지자체는 상인들과 마찰을 우려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여름철 전력 수급에 차질이 예상될 때만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지자체에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내려 단속을 독려하지만 공고가 없을 경우 자체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016년 8월 경남도는 산자부 공고에 따라 3주 동안 6428곳을 점검했지만 33곳에 대해 경고장을 발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공고마저 없어 단속에 나서지 않고 시군별 자체 계획에 따라 계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상가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고 계절별로 요금이 달라지는데, 가장 많이 부과되는 여름철의 전력량 요금도 주택용 2단계보다 저렴하다. 이 때문에 업주들은 불경기에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개문냉방을 이어가고 있다.

폭염이 이어질 경우 전력 사용량도 급증한다. 지난해 경남지역의 일반용 전력 판매량을 보면 6월 48만8219MWh 소비량은 7월 56만5359MWh, 8월 65만4808MWh로 여름에 접어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16년 같은 기간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5일 역대 하계 전기수급 이래 최대의 공급 여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예상치 못한 폭염 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개문냉방 영업을 할 경우 문을 닫았을 때보다 전력 소비가 최대 4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력 소비 첨두시간인 10~12시, 14~17시에는 적정온도 26도를 유지하고 출입문을 개방한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조고운·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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