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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지금 몰카 포비아 (상) 화장실 가기 두렵다

“화장실 불안” 몰카 단속 요청 줄이어

원룸·학교·공공기관까지 점검 요청

기사입력 : 2018-07-18 22:00:00

또 화장실 몰카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경남도는 지난 10일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경남경찰은 지난 5월부터 ‘여성악성범죄 100일 집중단속’ 중이다.

올해뿐만 아니다. 매년 이맘때면 이러한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몰래카메라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겪는 화장실 포비아(공포) 현상과 몰래카메라 근절 대책의 실효성을 진단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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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이수현 경사가 17일 오후 불법촬영 전파탐지기로 창원 모 대학 여자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제발 저희 집과 회사 화장실에도 와 주세요.”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들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시민들과 공공기관 등의 화장실 몰래카메라 단속 요청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창원 모 대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만난 경찰들은 화장실 입구에 ‘점검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후 가방에서 손바닥만한 검은색 전파 탐지기를 꺼내서 몰래카메라 찾기에 돌입했다. 변기 안팎부터 쓰레기통과 벽, 문 등을 기기로 확인하고 변기 물을 내리는 등 한 칸당 2~3분씩 머무르며 몰카 유무를 점검했다. 꼼꼼하게 살펴야 되기 때문에 큰 건물의 화장실을 점검하면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화장실 불법 카메라를 점검하는 민관합동점검단 인원은 창원중부서 관내에 총 17명(경찰 10명·민간인 2명·공무원 5명)이다. 그러나 매일 4~5건이 넘는 단속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단속 탐지기가 1대밖에 없는데다 점검 때마다 경찰 2명이 동행해야 하는데, 점검단 소속 경찰들은 다른 업무도 봐야 하기에 여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의 몰카 점검 서비스를 받으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창원중부서 여성청소년계 강학영 계장은 “화장실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점검에 따른 만족도도 매우 높다”며 “여름철을 맞아 원룸 등 주거지 점검 요청도 늘고 있고, 최근에는 관공서에서도 일제히 점검을 요청하고 있어 이미 일주일치 점검 일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타지역 일선 경찰서의 몰래카메라 점검단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도내 23개 경찰서의 화장실 몰래카메라 민관합동점검단은 총 671명(경찰 87명)이지만,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불법 카메라 탐지기는 67개에 그치기 때문이다. 경남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 채경덕 계장은 “경찰의 몰래카메라 점검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높아 예방 활동 인프라를 더 늘리고 있다”며 “경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책임성 있는 기관에서 예방 활동에 함께 나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교 화장실 앞에서 만난 백영순(24·취업준비생)씨는 “단속을 하는 걸 보니 화장실 이용에 안심이 된다”며 “친구들 중에는 집 밖에서는 아예 화장실을 안 가는 친구도 있을 정도로 불안감이 큰데, 단속을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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