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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지금 몰카 포비아 (중) 몰카 대책 실효성 있나

화장실 수천 곳 단속해도 적발은 ‘제로’

기사입력 : 2018-07-19 22:00:00

해마다 지자체와 경찰이 몰래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남도내 몰래카메라 범죄 건수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카메라 범죄 급증=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몰래카메라 범죄(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발생건수는 지난 2011년 47건, 2013년 116건, 2017년 199건으로 7년간 4배가량 급증했다. 범죄 발생 장소별로 살펴보면 2017년 기준 화장실 (42건)과 노상(42건)이 가장 많았고, 아파트와 주택이 28건, 목욕탕 숙박업소가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범행 발생 시기는 가을과 여름에 집중됐고, 범죄 연령은 19~40세(95건)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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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수천 곳 단속에도 적발은 0= 이처럼 몰래카메라 범죄는 늘고 있지만 실제 단속에서 적발된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경남도와 경남지방청이 가장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몰래카메라 근절 대책은 점검반 운영이다. 점검반은 매년 도내 1000개가 넘는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서 적발된 몰래카메라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점검반의 인력과 장비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내 민관합동점검반은 총 671명으로 경찰 87명, 공무원 76명, 민간인 508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속의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인력이 전체 10분의 1에 그쳐서 인원에 비해 단속 횟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도내 경찰이 보유 중인 몰래카메라 탐지장비도 67대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것도 최신형 몰래카메라 인식 기능이 떨어지는 렌즈형 탐지기가 42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렌즈형 탐지기는 몰카 설치 여부를 제대로 가려내기 어렵다.

●민간 화장실은 단속 사각지대= 경남도의 예산도 공중화장실에만 지원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는 지난 10일 화장실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해 특별교부세 3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각 지자체별로 몰래카메라 탐지장비 구입 및 화장실 개보수 비용으로 쓰일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이 투입되는 화장실이 공중화장실로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도내에서 발생한 화장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대부분 민간 화장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내 공중화장실은 4477개소로 집계되며, 민간 화장실은 집계된 수치는 없지만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경찰청 여성보호계 관계자는 “점검반 단속으로 범죄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예방이나 계도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민간 화장실은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인력 등의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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