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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고명- 이종훈 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8-07-20 07:00:00


고종의 막내딸인 덕혜옹주는 고명딸이다. 고종은 다섯살 난 딸을 위해 덕수궁 준명당에 유치원을 만들 정도로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고명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덕혜옹주는 일본으로 끌려가 정략결혼을 한 후 한 많은 인생을 살았다. 고명딸은 아들 많은 집의 외딸이라는 뜻인데, 음식을 만들 때 주재료 위에 얹어 예쁘게 장식하는 ‘고명’에 ‘딸’을 붙인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진주의 명물인 진주냉면에는 육전이, 설날 떡국과 잔치국수에는 달걀지단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고명은 순우리말이며 일반적인 의미는 음식을 아름답게 느끼게 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고명이 올라감으로써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은 서양식 요리에서 비롯된 가니시(garnish)라는 표현도 많이 써는데 고명과 가니시는 엄연하게 차이가 있다.

▼가니시는 장식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고, 한국 음식의 고명은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주재료의 역할도 겸한다. 보쌈 요리에 파채와 부추, 깻잎, 양파 등을 채썰어서 함께 먹는다든지 냉면에 오이, 달걀, 배를 가미해 음식의 맛을 배가시키는 것을 보면 고명의 다양한 역할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화려한 색깔로 모양을 낸다고 하더라도 따라갈 수 없는 그런 마음이 우선이다.

▼김경수 도정을 비롯한 도내 18개 시·군의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나간다. 민선 7기는 성인으로서 우뚝 서는 의미를 지니며 요리와 비교하면 성숙한 맛을 내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요리사를 거치며 쓴맛, 단맛, 매운맛도 봤다. 이어령씨는 ‘고명은 요리의 시작이자 중심이면서 마무리이기도 하다’고 했다. 덕혜옹주를 아낀 고종의 마음처럼 사랑과 정성의 고명을 올린 ‘4년 식단표’가 기대된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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