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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 13곳 중 9곳 채용비리... 경남도, 관리·감독 손 놓은 꼴

행안부, 지방공공기관 특별감사 결과

부정청탁·시험과목 임의변경 등 확인

기사입력 : 2018-07-22 22:00:00


행정안전부와 경남도가 지난해 말 합동으로 실시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남도 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 13곳 중 9곳에서 채용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부정 청탁, 기관장에 의한 채용 결과 흔들기가 수년 전부터 만연했지만, 경남도 자체 감사가 아닌 사실상 행정안전부의 특별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면서 경남도가 산하 기관의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도가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도 산하 13개 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 가운데 무려 9곳에서 부정 청탁, 시험과목 임의 변경, 합격자 결정 부적정 등 채용 비리가 확인됐다. 게다가 체육회, 교통문화연수원 등 도 유관기관·단체에서도 부적정한 직원 채용 문제가 적발됐다.

행안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전국 489개 기관의 최근 5년간(2013~2017년) 있었던 채용 업무 전반에 대해 감사를 실시, 경남테크노파크 등 경남도 산하 3개 기관과 창원시시설관리공단 등 모두 26개 기관을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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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현관에 김경수 도지사의 도정지표인 ‘완전히 새로운 경남’ 현판이 붙어 있다./경남신문 DB/


◆한 기관에서 채용 비리 6건= 경남도 출자·출연 기관 중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남발전연구원으로 6건에 달한다. 경발연에서는 지난해 7월 서류·논문·면접 심사를 거쳐 도시재생·주택정책 분야와 재난·재해 안전관리 분야의 합격자를 최종 결정했지만, 이후 최종 합격자가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성격이며, 주변인과 다툼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이유 등으로 2명의 합격자를 부적격 처리했다. 앞서 지난 2015~2016년에는 7개 분야의 전문연구원을 채용하면서 연구 책임자가 직접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만을 통해 7명의 전문 연구원을 채용했다. 또 면접에는 외부 위원을 반드시 둬야 하지만 내부 위원만으로 심사하는 등 모두 6건의 채용 비리가 확인됐다.

◆필기 항목은 이사장 마음?= 경남신용보증재단에서는 지난 2012~2017년(2015년 시험 없음) 6급 행원 필기시험 과목과 점수 기준, 어학 점수 자격을 이사장의 방침대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필기시험인 종합상식 과목의 세부 5개 분야 가운데 2012·2013·2016·2017년은 경제를, 2014년은 영어 과목을 배정했다. 영어를 배정한 2014년에는 필기시험 합격자 배수를 기존 5배수에서 6.7배수로 늘렸다. 또 2012~2013년 토익 700점 이상인 응시자격을 2014년부터 폐지했다. 면접시험에서는 2013~2014년 채점 점수는 볼펜으로 기입하고, 서명란에는 플러스펜으로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고, 한 위원의 채점표에는 2013년 기입된 ‘9’자와 2014년의 ‘9’자가 서로 상이하게 차이나는 등 면접시험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 밖에도 재단에서는 인사 위원회 미개최, 면접위원의 부적정한 선정 등 총 5건이 확인됐다.

◆유관 기관·단체도 포함= 감사에서는 유관기관·단체의 채용 비리도 적발됐다. 경상남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해 사무처 직원을 채용하면서 도의회의 예산·정원 승인과 이사회 의결을 받지 않고 채용 절차를 시작했고,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후에야 이사회 의결을 받았다. 또 시험문제를 도내 한 시립체육센터 국장에게 무보수로 출제 의뢰하고, 출제된 시험지를 해당 시험에 응시한 기간제 사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5일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제 사원은 시험에서 최종 합격했다. 그 밖에 △경남교통문화연수원 ‘2017년도 사무처 직원채용 필기시험 관리 부적정’ △경남도체육회 ‘운전직 직원채용 부적정’ △경남도민프로축구단 ‘최저임금 및 연봉책정 기준 미준수’ 등이 적발됐다.

◆관리·감독 손놓은 경남도= 이번에 확인된 채용 비리는 경남도의 자발적인 감사가 아니라 행안부가 전국의 지방 공공기관에 대한 비리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해 실시됐다. 경남도 자체감사는 지난 2014년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 실태에 대해 점검한 것에 그치면서 사실상 산하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이번 행안부 감사에서 지적된 2013~2014년 이뤄진 채용 비리에 대해서도 경남도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며 “기관들의 추가 경찰 수사 의뢰 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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