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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소년병과 편지로 희망 준 소녀 ‘51년 만의 만남’

군산 석정운씨, 진주 김임순씨 수소문해 만나

사선 넘나들던 공포 극복 힘 돼준 고마움 전해

기사입력 : 2018-07-22 22:00:00

“평생 간직해 온 소중한 인연을 이렇게 보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난 19일 오전 진주시청 프레스센터에서는 아주 귀한 만남이 이뤄졌다. 백발의 김임순(72·여·진주시)씨와 석정운(70·전북 군산)씨가 20대부터 서로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해 온 지 51년 만에 꿈을 이루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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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순(왼쪽)씨가 석정운씨에게 소설가 최인호의 ‘인연’을 선물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무려 51년 전. 석씨는 1967년 18세의 나이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맹호부대 26연대 혜산진 6중대 2소대에 소속된 소년병은 곧바로 전투에 투입돼 사선을 넘나들었다. 이때 한국에서 김씨가 위문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는 언제 죽을지 모를 불안과 공포를 겪던 소년병에게 큰 희망을 줬다.

당시 진주 경남일보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월간 여학생지에서 ‘위문편지를 보냅시다’라는 광고 글을 보고 여기에 적힌 장병들 중 석씨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편지에는 “고국을 잊지 말고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고 김씨는 기억했다. 이후에도 김씨는 여러 차례 석씨에게 위문편지를 보냈다. 석씨는 김씨가 보낸 편지를 철모 속에 고이 접어 보관할 정도로 소중하게 여겼고,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김씨에게 받은 위문편지를 모두 챙겨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집에 불이 나 편지와 사진이 모두 타버렸다.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전장의 공포를 이겨내게 만들었던 편지의 주인공을 잊지 못하던 석씨는 지난 2013년 7월 당시 편지에 적혀 있던 ‘진주 경남일보’를 떠올렸고, ‘위문편지 소녀’를 찾아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경남일보는 기록을 찾아 진주에 살고 있는 김씨와 연락했고, 두 사람은 전화 통화로 연락해 오다 이날 처음 만난 것이다.

김씨는 이날 석씨에게 소설가 최인호의 에세이집 ‘인연’과 함께 손으로 엮은 예쁜 매듭 팔찌를 선물했다.

글·사진= 강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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