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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큰별 지다… 노회찬 의원 투신 사망

“4000만원 받았지만 청탁은 없어, 어리석은 선택… 책임 져야”

기사입력 : 2018-07-23 22:00:00

한국 정치에서 진보의 상징으로 통했던 정의당 노회찬(63·창원시 성산구) 원내대표가 23일 아파트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련기사 2·3면

노회찬 국회의원의 투신 사망 소식에 경남 정치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는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 의원의 창원 자택과 사무실 분위기도 무겁고 침통했다.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논평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긴급 운영회의를 열고 지역에서의 장례행사 계획과 향후 대책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후 대책 논의를 위해 도당 당사에 모인 여영국 도당위원장과 각 지역위원장, 사무국 당직자 등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모두 일어나 노 의원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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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한서병원 앞 문화마당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시민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비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던 도당 관계자들은 노 의원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오전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울먹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여영국 도당위원장은 “노회찬 의원의 비보를 접하고 원통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심정을 밝힌 후 “고인은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온갖 가시밭길을 헤치며 평생을 몸 바쳐 한국정치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애통한 마음을 안고 고인의 정신을 온전히 이어갈 것이다”며 “경남도당 전 당원은 5일간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함께할 것이다”고 했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8분께 서울 중구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노 의원의 남동생과 모친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17~18층 사이 계단에서는 노 의원의 윗도리가 발견됐다. 윗도리에는 지갑과 함께 가족에게 보내는 2통과 정의당에 보내는 1통 등 모두 3통의 유서가 있었다.

노 의원은 이날 정의당이 공개한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당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유족과 경찰은 노 의원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노 의원은 인터넷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 측으로부터 지난 2016년 총선 때 불법 정치자금 5000여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검찰은 핵심 관련자인 도 모 변호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오늘 이런 상황에서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와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고운·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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