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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 왜 극단적인 선택했나

특검 수사에 심한 압박 느낀 듯

도덕성 강조해온 진보정당 대표

기사입력 : 2018-07-23 22:00:00
23일 투신 사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댓글 조작 의혹 사건 주범인 ‘드루킹’ 김모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과 강연료 2000만원을 받은 의혹이 있다.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변하던 노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특검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해 온 진보정당의 대표주자였던 만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심적 고뇌가 컸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서에서 그는 드루킹측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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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23일 창원시 성산구 노회찬 의원 사무실 입구에서 방송카메라 기자가 촬영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노 의원이 총선 전인 지난 2016년 3월 드루킹이 만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아지트로 불리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경기고 동창이자 드루킹 최측근인 도모 변호사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김경수 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청탁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검은 또 노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3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2014년 전후 열린 경공모 초청강연에서 강연료로 2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추가로 확보한 상태다. 금품 거래를 뒷받침하는 자금 내역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 의원의 특검 소환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드루킹 일당은 경공모 인맥을 국회에 입성시키겠다는 계획으로 노 의원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이 노 의원에게 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공여했다는 혐의는 애초 2016년 경기도 파주경찰서·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수사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이다. 특검은 드루킹 측근 도모 변호사가 당시 경찰 수사 단계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해 무혐의를 받았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재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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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의원은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지난 20일(현지시각)에도 현지 기자들과 만나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22일 귀국한 뒤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노 의원 소환 조사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투신한 날 오후에도 도 변호사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노 의원의 사망에 따라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팀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노 의원이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수사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검팀은 노 의원 이외에도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및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특검은 김경수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한모씨를 23일 재소환했다. 한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 한 식당에서 경공모 회원을 만나 5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금품수수 경위와 함께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 간 연결고리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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