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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공부와 충전으로 새로 도래할 나로 성장하다-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기사입력 : 2018-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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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막 끝나고 16일부터 24일까지 한국여성재단의 ‘짧은 여행, 또 다른 비상’ 전국 여성단체 활동가 12명과 함께 독일 연수를 떠났다. 여성단체 활동을 한 지 20여년이 되어 처음으로 해외연수와 전국의 여성운동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빡빡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7박8일 동안 독일의 여성운동단체 4곳과 주정부, 시정부를 방문하였다. 첫날 방문한 국제여성센터의 활동은 우리나라의 다문화지원센터와 유사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독일내 다문화 여성, 난민여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독일어 교육, 법·심리상담, 다문화 여성들 간의 만남을 통해 독일 내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월세 등 일부 시의 지원을 받지만 센터는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시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문한 여성NGO단체들은 이와 같이 시정부나 주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상호 신뢰의 원칙하에 자율성을 보장받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행정의 눈치와 간섭을 받는 우리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라인란트팔츠 주정부와 트리어 시정부의 여성정책국장, 여성정책담당관을 통해 독일의 여성정책 중 우리 지방정부의 여성정책에 활용하고 제안할 정책들을 배워올 수 있었다.

특히 트리어 시정부의 여성정책담당관은 20여년 동안 정무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해서 굉장히 놀라웠다. 즉 트리어 시정부의 정권이 바뀌어도 여성정책의 전문가로 계속 일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직책은 우리지역의 경우와 다르게 여성담당 한 부서가 아니라 전체 부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성주류화정책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 같았다. 본인이 근무한 이후 각 부서에서 여성정책담당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한 건이었으며, 이 건을 여성정책담당관이 중지시켰다고 할 만큼 각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정무직이라고 자랑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단체에서는 도지사, 시장후보들에게 여성정책협약을 하면서 이러한 전체 부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성정책 정무특보’를 제안하였고 당선자를 포함한 후보들은 수용하겠다고 하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인지, 새로 탄생한 지방정부에서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경남지역은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하는 성 평등지수가 중하위권을 계속 맴돌고 있으므로 성주류화정책의 기반 조성을 위한 이러한 제도가 빠르게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10년 사이 독일은 여성정책에서 법·제도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아직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 폭력, 관리직 여성이 적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여성의 출산 후 겪는 경력단절이 생기고 보육은 여전히 여성들의 책임으로 인해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시의 여성정책담당관은 가족양육을 여성정책으로 바라본 것이 문제였으며 남성들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이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 국가와 다르게 성역할 고정관념이 많아 저출산이 문제가 되었고, 10년 전부터 공공 보육, 출산휴직제도의 개선 등으로 출산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만난 독일의 지방정부 여성 고위직공무원은 우리의 경우와 다르게 여성정책에 대한 마인드가 높았고 10년 이상 같은 일을 해왔으므로 전문적이었고, 스스로도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시키고 있어서 우리 여성단체 활동가들도 배울 점이 많았다. 국제여성센터, 여성의집, 마더센터 등 활동가들도 페미니스트이면서 각자 영역의 기본철학과 전문성을 가지고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겸손함, 국제여성연대의 관점으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자율성, 민주적인 체계와 성실한 활동을 보면서 많은 부분의 감동이 있었다.

이 경 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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