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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팔월에게- 주선화(시인)

기사입력 : 2018-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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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매미소리로 뜨겁다. 8월에는 당연히 매미가 울어야 제격이라는 듯 거침없는 저 소리들.

이 시끄러운 소리를 누군가에게 바치는 달콤한 사랑의 세레나데로 듣는다면 작열하는 여름을 좀 더 낭만적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10년 만의 유례 없는 폭염이라는 요즈음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사람들에겐 밤새도록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결코 로맨틱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맴 맴, 찌~르르르, 찌~르르르” 저 소리가 언제 끝날까 싶을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는 주로 큰 나무에 매달려 있는데 매미가 이렇게 시끄럽게 우는 것은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큰 소리를 우렁차게 소리를 내야만 암컷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미의 구애는 여름 한 철을 뜨겁게 달군다.

우리는 흔히 매미소리는 날개를 부딪쳐서 내는 소리쯤으로 알고 있지만 매미의 복부에 발달해 있는 발음기관에서 소리를 낸다.

낮에 주로 활동하는 매미들에게도 신세대가 있는지 이 ‘신세대 매미’는 밤낮없이 구애를 한다.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는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 때문일 것이다. 7월 말이나 8월 초 저녁 10시~12시 사이 그믐 무렵에 아파트나 공원에 나가면 매미의 탈피과정을 볼 수 있다. 약 2시간에 걸친 이 우화의 과정을 지켜보면 매미의 험난한 일생을 시끄럽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여름에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온 매미는 한 달 정도를 산 뒤,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적당히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선택한 뒤 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아두면, 몇 주일 지나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 뒤 스스로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와 구멍을 파고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먹으면서 오랫동안 애벌레로 지낸다.

매미가 유충으로 땅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7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자연의 신비는 늘 우리를 경탄하게 만든다.

매미가 7년이란 시간을 컴컴한 땅속에서 인내하며 세상 밖으로 나갈 시간을 손잡아 기다리고 있다가 그믐을 틈타 땅속에서 기어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등껍질이 갈라지고 서서히 머리부터 나오기 시작하면 이어서 다리와 날개가 나오고 달빛에 날개를 말린다. 완전한 성충이 된 것이다.

매미는 혼신을 다해 짝을 찾으려고 밤낮으로 울고 나무는 온몸으로 매일매일 이 구애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었다.

한 줄을 얻기 위해 보낸 불면의 밤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탈피하고 스스로 날개를 펼쳐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처럼 나에게도 끝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나에게서 나에게로, 다시 너에게로.



한 줄기 소낙비 지나고/나무가 예전의 나처럼 생각에 잠겨 있다/8월의 나무야/하늘이 참 맑구나/철들지, 철들지 마라/그대로, 그대로 푸르러 있어라/내 모르겠다/매미소리는/왜, 저리도 애처럽노. - 최영희 ‘8월의 나무에게’ 전문-

주선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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