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401)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71

“나도 일하고 싶다”

기사입력 : 2018-08-14 07:00:00
메인이미지


북경 공항에 도착하자 심은지가 부랴부랴 그림을 가지고 왔다. 그녀가 산 그림과 함께 서경숙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코트를 입고 우산까지 쓰고 있었다. 공항에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첩은 손에 들고 가세요.”

심은지가 가지고 온 그림 중에는 화첩도 있었다. 자그마치 24폭이나 되었다. 그림을 힐끗 살펴보았으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알았습니다. 서울에 안 돌아갑니까?”

“저는 며칠 더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

“그래요. 수고하세요.”

김진호는 그림을 산사와 준희에게 들게 했다. 그림은 돌돌 말았기 때문에 출국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화첩은 김진호가 들고 출국 게이트로 향했다. 심은지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화첩이 중요한 것 같은데….”

김진호는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할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내 비행기가 이륙했다.

김진호는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저녁놀을 뚫고 구름 위로 치솟았다. 산사가 김진호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어디서 자요?”

“누나 집에서 자야지.”

“방이 많아요?”

“방이 세 개야. 누나 방은 누나가 쓸 거고… 산사와 어머니, 시언이가 방 하나를 쓰고… 나와 준희가 방 하나를 쓰면 되지. 오늘하고 내일 밤만 지내면 되잖아?”

“아파트는 커요?”

“커. 거실도 넓고… 시언이와 준희가 살게 되면 좋을 거야. 도우미 아줌마도 있고….”

“나도 일하고 싶다.”

“무슨 일?”

“무슨 일이든지.”

“시언이와 준희를 도와주어야 하잖아?”

“매니저라도 할까?”

“조금 더 기다려 봐. 연예사업에 대해서 공부도 좀 하고.”

산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천공항에는 서경숙이 보낸 차가 와 있었다. 중국과 가까운데 인천은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차를 타고 서경숙의 아파트에 이르자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서경숙은 산사네 가족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들을 위해 불고기와 중국 요리까지 준비했다.

“이렇게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

산사의 어머니가 사례했다.

“아니에요. 저도 딸과 아들이 있어요. 미국에 있는데 한국에 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서경숙은 중국어에도 능통했기 때문에 시언이와 준희까지 놀랐다. 의사 소통이 자유로웠다. 시언이와 준희는 서경숙의 아파트를 좋아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