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통영 추도 주민들, 파도에 휩쓸린 피서객 구했다

민박집 사장, 인근 선장에 알려 함께 구조

구조된 피서객, 회복 후 찾아가 감사 인사

기사입력 : 2018-08-21 22:00:00

독자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고마운 분들이 있다는 제보가 왔다.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성민(48)씨는 지난 15일 통영시 추도로 회사 임직원 9명과 함께 워크숍을 갔다. 민박집에서 하루를 지내고 난 다음 날 강씨는 점심을 먹고 일행들과 물놀이를 하기 위해 해변으로 갔다. 그러나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민박집 주인은 파도가 세니 물에는 안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메인이미지
파도에 휩쓸린 피서객의 생명을 구한 통영 추도 주민 구병세(왼쪽)씨와 박성근씨./독자 제공/


강씨는 부표 하나를 안고 해변에서 발을 담그고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파도가 쳐 물로 쓸려 들어간 것. 부표가 있어 수영을 해봤지만 해안으로 1m 전진하면 바다로 2m 쓸려 내려갔다. 일행들에게 고함을 쳤지만 장난으로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강씨는 계속 떠내려갔다.

그때서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일행들이 튜브에 끈을 묶어 강씨에게 다가갔지만 끈이 짧아 구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강씨는 해변에서 70~80m 정도 떠내려갔다. 강씨 일행의 전화를 받고 달려 나온 민박집 사장인 구병세(64)씨는 해변으로 오면서 영광호 박성근 선장(61)에게 전화를 했고, 박 선장이 신속히 배를 몰아 민박집 주인과 함께 강씨를 구해냈다.

강씨는 “5분만 늦었어도 저는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119를 부를 정신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 몸이 조금 회복돼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가보니 선장님이 팔 부상과 허리가 안 좋은 상태에서 저를 구하다 갈비뼈를 다쳐 병원을 다녀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러한 미담을 통영은 물론 지역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제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씨를 구조한 구병세씨는 “당시는 상황이 급박했다. 내가 튜브를 들고 물에 들어가 강씨를 잡았고 영광호가 도착했다. 그러나 강씨가 너무 힘이 빠져 배로 올릴 수가 없었다. 나와 강씨가 튜브를 잡고 버티는 사이 영광호가 천천히 부두 쪽으로 이동해 겨우 바지선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용기를 낸 민박집 주인 강씨와 아픈 몸에도 배를 끌고 관광객 구조에 나선 박 선장. 이들의 이야기는 무더운 여름에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청량제였다.

 김진현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