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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창원조각비엔날레] 도시와 조각의 조화를 꿈꾸다

기사입력 : 2018-08-21 22:00:00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남긴 김종영(1915~1982·창원), 균제·대칭·조화·균형을 키워드로 집약할 수 있는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마산), 현대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박종배(83·마산), 수직적이지만 항상 좌우대칭을 지향한 조각가 박석원(76·진해), 서울 광화문거리의 세종대왕상을 제작한 김영원(71·창원) 등 창원은 걸출한 조각가를 배출한 ‘조각의 도시’이다. 이런 이유로 창원은 국내 유일의 조각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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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作 ‘아마란스’.



조각의 향연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9월 4일부터 창원 용지공원(포정사), 성산아트홀, 창원의집·역사박물관, 시립문신미술관 등 창원 일원에서 41일 동안 열린다.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으로부터 출발해 올해로 4회째를 맞은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는 13개국 70명이 참여해 2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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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강 스틸러 作 ‘성냥개비 세 남자’(독일).



▲‘불각(不刻)의 미학’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는 김종영의 문인정신이 함축된 불각(不刻)의 미학과 문신의 균제·조화·균형의 세계를 결합한 ‘불각의 균형(The Blance of Non-Sculpting)’. 모순적이고 역설적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적이면서도 공존 지향의 지표를 염두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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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 델보예 作 ‘콘크리트 믹서’(벨기에).

‘불각(不刻)’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의 추구로 깎되 깎지 않은 듯한 상태, 스스로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은 상태를 말한다.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는 자연스러움의 조형성과 복잡한 현실의 사회성을 기본 축으로 입체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담론 중심으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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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현 作 ‘행복한 호랑이’.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본 전시와 특별전으로 이뤄진다. 본 전시는 용지공원 (포정사)의 불각(不刻)의 균형, 유어예(遊於藝), 성산아트홀의 파격(破格)으로 구성되고, 특별전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 문신, 김포&실비아 왈드, 김태은, 한성준, 양쿠라와 창원의 집·역사민속관의 젊음의 심연(心淵) 순응과 탈주 사이를 주제로 미디어 전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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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용지공원 내 포정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영구 설치작품들이 이루어진 ‘유어예(遊於藝)마당’은 관객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놀이 조각공원이다. 다시 말해 참여형 예술작품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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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권 作 ‘영웅’.

이를 위해 작가들은 새로운 개념과 형식으로의 예술세계 재구축을 시도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윤범모 총감독은 “‘예술작품과 함께 놀기’는 이번 비엔날레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프로젝트로 시민참여형 예술행위의 핵심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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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 作 ‘man’(루마니아).



유어예(遊於藝)마당에는 벨기에의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 윔 델보예(Wim Delvoye)의 ‘콘크리트 믹서(Concrete Mixer)’, 루마니아 국민작가 미르치아(Mircia) ‘인간’·‘짝궁’, 독일 울프강 스틸러(Wolfgang Stiller)의 ‘성냥개비 인간(Matchstickmen)’, 미국 폴 샬레프(Paul Chaleff)의 ‘의도(意圖·Intention)’ 등 해외 유수의 작가들과 윤영석의 ‘심장유희’, 조숙진의 ‘삶의 색채’, 임영선의 ‘불완전한- 완전한 조각들’, 오채현의 ‘행복한 호랑이’, 이환권의 ‘영웅’ 등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그리고 소시민들의 삶을 리얼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구본주의 ‘비스켓 나눠먹기’ 등 다양한 조각품들이 영구·임시로 설치된다.

이 중에서도 안종연의 설치작품 ‘아마란스(Amaranth)’가 유어예마당의 중심에 있다. 12mx12m 규모의 대작으로 형태는 아마란스 꽃이다.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관객 참여의 기능성을 부여한 작품으로 꽃잎에 해당하는 원형 굴레 안에 원형 평판을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쉬거나 놀 수 있게 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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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作.



▲고정관념에 주석 달기- 실내전 ‘파격’

‘파격(破格)’을 부제로 한 실내 전시는 표현 재료와 방법의 확장을 꾀한 작품들과 문제 제기성 담론 제시의 작품 중심으로 꾸며지는데 국내외 작가 34명이 참가해 135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표현 재료의 확장으로 흙, 쇠, 머리카락 같은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과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 계통의 첨단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종의 ‘파격’을 보여주는 이색 공간으로 작용해 관객들이 새로운 미술문화에 대한 시도를 느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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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 作 ‘심장유희’.



▲특별전: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실비아+김보현’, 창원의 집 ‘젊음의 심연(心淵)- 순응과 탈주 사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실비아+김보현’ 특별전이 마련된다. 미국 뉴욕 미술계에서 활동한 실비아 왈드와 김보현 부부 작가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이번 전시는 경남미술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재음미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미주 한인 1세대인 김보현(미국명 포 김) 화백은 1917년 창녕 출신으로 조선대 예술학과를 창립한 첫 전임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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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샬레프 作 ‘의도’(미국).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 주립대학 교환 교수로 근무한 후 1957년부터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해 왔다. 97세의 고령에도 ‘영원한 현역’을 자처하며 100세 기념전을 위한 열정을 불태우던 김 화백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타계,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장례식이 열린 바 있다. 2011년 작고한 부인 실비아 월드는 판화,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영역을 섭렵한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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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선 作 ‘불완전한 조각들’.



창원의 집에서는 ‘젊음의 심연- 순응과 탈주 사이’를 주제로 대안공간 루프와 협업을 이룬 미디어 특별전을 연다. 세계 여러 나라 청년들의 내면에 잠재된 사회·심리적 갈등의 단편들을 다채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진행하는 미디어 아트 특별전은 한옥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첨단 매체를 활용한 콜라보로 현대미술의 향연을 즐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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