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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축제에서 소통되는 춤의 순기능- 김미숙(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

기사입력 : 2018-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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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관광축제나 특산물축제, 문화예술제, 일반축제를 모두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축제는 886개로 계획되고 있다. 이 조그만 한국 땅에 이토록 많은 축제가 시행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경남에서도 58개나 개최될 예정이다.

축제란 근대 이후에 생성된 용어로 개인 또는 집단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의식을 말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축제라는 말이 사용되기 그 이전으로 거슬러 가보면 축제라는 용어 대신 잔치 또는 연향이나 연회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잔치란 기쁜 일이 있을 때 여러 사람이 모여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와 춤으로 즐기는 일을 뜻했다. 그리고 왕이나 왕비에 의해 베풀어진 잔치를 궁중연회라고 불렀다. 왕과 문무백관이 화합해 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회례연’, 노인을 우대하여 베푸는 잔치로서 왕과 왕비가 함께 동행하여 연향을 베푸는 ‘양로연’, 명절과 탄신일 및 병환 쾌차 등 경사가 있을 때 베푼 ‘진연’이 있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사객에게 베푸는 ‘사객연’,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외연과 내연으로 나뉘었다.

술과 음식을 함께 먹으며 기쁨을 나누는 자리인 연향은 인간관계를 화목하게 만들어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통합된 사회를 이루는 데 꼭 필연적인 행사였다. 궁중연향은 화합의 자리이자 춤과 음악이 연희되는 문화공간이었다. 특히 여악은 춤과 노래가 장기이므로, 조선 건국 초에는 내·외연을 따질 것 없이 어느 연향에나 여악을 썼다. 이는 곧 한국의 옛 잔치에서는 예로서 노래와 춤을 내세웠다는 것을 알려준다.

축제라는 서양적 의미를 살펴보면 Festival은 성일(聖日)을 뜻하는 라틴어 Festivalis에서 유래되었고 그 근저는 종교의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축제가 제의라는 뜻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는 잔치나 연회보다는 각 마을마다의 동제나 더 나아가 큰 굿인 별신굿, 영등굿 등이 오히려 제의의 의미를 지닌 축제와 비슷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마을의 안녕과 다복, 풍요와 다산, 번창을 기원하며 마을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기를 빌었다. 이러한 동제나 별신굿은 너무나 다양한 무가와 극적 요소와 우리 춤이 녹아서 뼈대를 갖추어 전 과장이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이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 문화재로 새롭게 다가왔지만 한때는 미신적 전유물로 둔갑을 하여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터부시했다.

우리의 축제는 단순히 서양적인 단일 개념이 아니라 잔치나 연향에서 또는 마을굿에서 다각적인 개념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최근 현대적 축제가 지역 기반 문화 산업으로 인식되어 경제적 가치나 놀이 문화의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과 같다. 축제의 기능을 살펴보면 경제적 효과, 종교적 기능, 사회·문화적인 기능, 미래공동체를 위한 문화 전승의 통로, 놀이적 기능이 있다. 곧, 축제의 분류에서 문화관광축제나 특산물축제, 문화예술제 등의 성격에서도 알 수 있다. 축제란 일상을 떠나 혼란과 무질서 곧 카오스적인 세계로 진입하여 다시 새 질서와 생기를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옴을 말한다. 이러한 축제의 무질서 속에서의 정화는 춤과 노래가 한몫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작금의 축제에서 노래와 춤은 판에 박은 듯이 전국적으로 다 비슷하다. 유명가수의 노래나 실용무용 혹은 고전무용이라 일컫는 부채춤, 화관무 등을 더 선호하고 그 지역의 특색이나 지역성을 지닌 노래와 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축제는 그 지역만의 전설과 신화 찾기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축제의 춤으로, 노래로 승화시켜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축제에서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을 춤의 순기능으로 소통되어야 할 것이다.

김미숙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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