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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국산 운영체제 비워야 성공한다- 이준택(한경대 경제동물빅데이터센터 교수)

기사입력 : 2018-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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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이하 OS)는 하드웨어 자원을 관리하고 사용자 프로그램인 애플리케이션들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모든 형태의 컴퓨터에 필수적으로 설치되어 하드웨어, 응용프로그램 사이에 사용자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기능을 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PC 운영체제의 약 89%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즈 운영체제는 국내의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약 98%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연간 약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인 윈도우즈를 사용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산 OS로는 구름 OS, 하모니카 OS, 티맥스 OS가 있다. 하모니카 OS는 기능과 활용도가 낮아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개방형 구름 OS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윈도우즈 독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도부터 개발해 온·오픈 소스·운영 체제 (이하, 개방형 OS)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으로 만든 운영 체제인 하모니카 리눅스의 최초 베타 버전이 2014년도에 배포되어 출시 시기는 더 늦다.(출처: 나무위키)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기관(경찰, 검찰, 군부대, 국방부 등)에서 구름 OS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확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용화된 유일한 티맥스 OS는 티맥스오에스가 직접 개발하고 출시한 국산 OS이다. 이 OS는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하여 오피스, 동영상, 호환성과 범용성을 추구해 Prozone이나 CDS 등 클라우드 제품들과 연계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耶律楚材)가 있었다. 칭기즈칸이 몽골족을 이끌고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야율초재라는 걸출한 책사(策士)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칭기즈칸은 중요한 일을 모두 야율초재와 의논하고 결정을 하였다. 천문, 지리, 수학, 종교, 철학의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다. 그는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與一利不若除一害),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生一事不若滅一事)”는 간결하고 깊은 뜻으로 시대를 관통하였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설립한 애플사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복귀하여 첫 번째로 한 일이 수십 개에 달하던 제품 중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고 단순화함으로써 망해 가던 애플을 전 세계 1위 기업으로 다시 부상을 시켰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당대 최고의 조각가들이 조각하다 모두 포기하여 수십년 동안 방치된 바위였다. 미켈란젤로는 “나는 돌 속에 갇혀 있는 다비드만 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조각상 역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결과물이다. 몸에 좋은 보약을 지어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 것이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살을 제거하는 것이고, 장점을 추가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치명적인 단점을 제거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명한 사람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라고 하였다. 현명한 사람은 보탬을 추구하기보다 제거함을 추구한다.

국산OS의 성장을 위해 이것저것 붙이기보다는 불필요한 것을 없앨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와 견줄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재 국산 OS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무엇인지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국산 OS의 탁월함을 추구하고 확산과 세계화로 성공을 지향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을 추가할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무엇을 제거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탁월함의 시작이다. 국산 OS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의 모든 기능을 같이 하는 것보다, 필요한 기능부터 완성도를 높여 범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율초재가 말한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라는 큰 깨달음처럼 말이다.

이준택 (한경대 경제동물빅데이터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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