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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내 터널 ‘방재 등급’도 안 정했다

경남도·시군 관리 500m 이상 11곳

감사원 ‘방재등급 미산정’ 드러나

기사입력 : 2018-09-17 22:00:00

경남도와 창원시가 관리하는 터널에 적정 안전 설비를 설치하는 기준인 ‘방재등급’이 관련 지침 제정 이후 9년째 산정되지 않았고, 또 내구연한이 지난 소화기 등을 비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다. 이번 감사가 10명의 사상자를 낸 창원터널 참사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감사원에 따르면 경남도내 터널에 설치된 방재 시설이 기준보다 부족하게 설치돼 있거나, 설치된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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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등급을 산정하지 않아 감사원 지적을 받은 창원 안민터널./성승건 기자/


산청군 시천면 지방도 1047호선 삼신봉 터널에는 내구연한이 10년 지난 소화기 181개가 비치된 것으로 확인됐고, 터널 내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또 옥내 소화전의 소방호스 길이가 규정상 45m 이상이어야 하지만, 삼신봉 터널에 설치된 호스는 이보다 짧은 30m 길이의 호스가 구비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터널 앞 차량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창원터널도 45m가 아닌 30m의 옥내 소화전 호스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터널 가운데 교통사고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도 25호선 안민터널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양산 법기터널, 창원 쌀재터널, 창원 장복터널 등에서 내구연한이 지난 소화기 비치, 자동화재탐지설비 미설치, 무정전 전원 미설치 등이 지적돼 터널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에 설치된 방재 설비가 무용지물인 곳도 있었다. 양산 어곡터널에 설치된 비상경보설비는 파손된 상태였고, 소화기가 보관된 소화기 함도 찌그러진 상태로 개폐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상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또 경남도내 길이 500m 이상인 터널 11개가 모두 방재 등급을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터널 내 안전 시설 설치 기준이 모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재관리지침에 따르면 터널 방재시설 설치를 위한 등급은 터널 길이를 기준으로 하는 연장기준등급과 교통량 등 터널 위험인자를 고려한 위험도지수 기준 등급(방재등급)으로 구분해 관리하게 되어 있다. 방재 등급에 따라 터널별로 설치해야 하는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대피설비 등이 정해져 있지만, 경남도내 11개 터널은 지난 2009년 방재관리지침 제정 이후 현재까지 방재 등급을 평가하지 않으면서 방재 설비의 설치 기준조차 모호한 상태다.

경남도는 최근 인사 이동을 통해 담당자가 대부분 바뀐 상황이라 감사원에서 지적된 사항을 상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경남도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최근 인사 이동이 있어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며 “소화기 등 빨리 교체할 수 있는 것은 서둘러 조치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경남도에 부족한 필수 방재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 제 기능을 못 하는 시설을 보수·교체하라고 통보했다. 또 방재등급을 산정하지 않은 11개 터널에 대해 등급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방재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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