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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집 ‘차차’에게 띄우는 편지- 차재문(함안 연강산업(주) 대표)

기사입력 : 2018-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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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안녕! 첫 만남 이후 오늘 처음으로 사유가 수반되지 않는 천진한 상상력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다.

2년 전 오월 어느 날이었지. 아파트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객지에 나가 있는 대학생 아들인 상현이가 옅은 미소를 흘리면서 너를 안고 거실로 들어와 대뜸 하는 말이 “아빠 태어난 지 보름쯤 된 길고양이인데 우리 집에서 키우도록 해요” 그러길래 널 찬찬히 바라보았단다. 너의 귀는 뾰족했고 송곳니는 날카롭게 올라오고 있었다.

차차!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너와 나는 몸으로 서로를 인식하는 ‘페로몬’의 원리인 높은 영감으로 서로의 주변을 맴돌던 것을 자랑해도 되지 않겠니.

너와의 추억은 언제나 따스한 햇살과 해질 무렵의 그늘진 아픔이 늘 함께했단다. 잠꾸러기인 너는 언제나 잠들다 눈 뜨면 아기처럼 배시시 웃고, 풍만감이 몰려오면 배를 뒤집어 내보이면서 재롱을 떨고, 가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잽싸게 뛰어와 반기는 것을 어찌 잊을 수 있겠니.

차차! 인간은 정직하게 고백해야 할 때 괴로움이 수반된단다. 나도 차차도 숙명처럼 한 생에 축복 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 없기에 어린 너의 몸이 조금씩 커가면서 어쩔 수 없이 중성화 수술을 했었지. 나는 밥 먹고 누울 자리만 찾는 야만의 시대에 살아간다는 걸 너에게 증명해 보이는 게 너무 힘들었단다.

차차! 나는 가끔 거실에 있는 높은 인공 나무 등걸에서 오랫동안 ‘회원천’을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겨 있는 너를 바라보면서 너의 엄숙함과 무언의 경지를 나는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말하는 것의 무게보다 말하지 않는 너의 고독과 고뇌의 깊이가 더 크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차차! 나는 가끔 독한 마음의 다짐이나 좀처럼 학습되지 않는 너와의 이별을 생각할 때가 있단다. 차차! 그런 생각에 잠기는 이 글은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진폭이 클 수밖에 없구나.

목덜미에 리본을 달고 있는 너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오늘, 차차에게 줄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나는 너에게 있어 반려 인간이고 싶다고.

차 재 문

함안 연강산업(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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