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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위대한 은퇴- 조윤제 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8-09-20 07:00:00


‘수퍼 차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4기 집권에 성공하면서 오는 2024년까지 정권을 잡는다. 푸틴이 2024년 정권을 내려놓으면 30년 이상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된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 러시아에서 개막한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왜 그리 젊은 나이에 퇴임하느냐”고 물었다.

▼푸틴이 볼 때 한참 젊은 마윈이 내년 9월 알리바바 회장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하니 은퇴 이유가 긍금했을 법하다. 마윈은 1964년 9월 10일생으로 올해 만 54세다. 그런 마윈은 공식석상에서 55세가 되는 내년 9월 은퇴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마윈은 내년 은퇴 후 교육과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원래 영어 강사였던 그가 영어 강사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위대한 ‘젊은 은퇴’의 대명사는 아무래도 미국의 빌 게이츠가 아닐까 싶다. 그는 1955년 미국에서 출생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들어 33년간 이끌어 오다 지난 2008년 6월 27일 은퇴했다. 그의 나이 불과 53세였다. 빌 게이츠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에 오를 정도로 돈을 많이 모았다. 하지만 은퇴 이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하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도, 중국에도 자수성가한 이후 과감하게 자리를 내놓고 새로운 인생을 가꾸는 위대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중화권에서 종신 경영을 포기하고 자선사업과 제2의 꿈을 만들어 가는 거부(巨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번 돈을 꼭꼭 숨겨놓고, 더 많이 벌기 위해 온갖 악행과 갑질을 일삼는 국내 일부 재벌과 확연히 비교돼 마음이 무겁다. 대한민국에도 위대한 은퇴자가 많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까.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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